[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제주항공이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항공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인수를 통해 대형항공사(FSC) 뒤를 바짝 추격하는 거대 항공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2일 공시했다. 최종 인수가는 545억원으로 당초 발표했던 695억원보다는 줄었다. 회사는 4월 29일 앞서 지급한 115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제외한 차액 430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의 실사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업계에서는 여러 상황상 이번 인수가 최종 불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까지 올해 항공업계를 덮치며 이스타항공이 직원 월급 지급마저 미루는 상황이라 이러한 예상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제주항공은 단기적인 부담이 큰 것은 맞지만 앞으로의 시너지를 고려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중복 노선을 정리하면 효율적으로 기재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기 없는 노선에 투입했던 항공기를 인기 노선으로 돌리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비인기 노선 공급이 줄어 경쟁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
항공기 대수가 많아지면서 리스료와 연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미국 보잉의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은 45대, 이스타항공은 23대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항공기를 합치면 모두 68대다. 업계에 따르면 한 항공기 제작사에서 빌린 대수가 많을수록 리스료를 더 큰폭으로 할인받을 수 있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유(연료)도 많은 양을 사면 할인 조건이 다양해진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SPA를 체결했다고 2일 공시했다. 사진/제주항공
이번 인수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한 두 회사의 노선 점유율도 20.7%가 됐다. 이로써 21.6% 점유율인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을 위협하게 됐다. 다만 계열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점유율까지 합한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30.5%로 10%p가량 격차가 있다.
아울러 국내 항공 시장도 크게 세 그룹으로 재편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었는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합병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3그룹 체제가 시대가 문을 연 것이다. 개별적으로 남은 항공사 중 현재 운영하는 곳은 티웨이항공과 플라이강원뿐이다.
한편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위기가 더 고조되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항공사 간 합종연횡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만약 이스타항공과 손을 잡은 제주항공이 적극적인 물량 공세에 나서면 남은 LCC들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