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경선 당시 자신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 강동구청장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되는 벌금 100만원보다 낮은 벌금 90만원이 확정되면서 구청장직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 구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정책팀장 정모씨에 대한 벌금 70만원에 추징금 300만원, 자원봉사자 양모씨에 대한 벌금 500만원의 선고도 확정됐다.
이 구청장은 2018년 2월25일부터 26일까지 여론조사업체 P사에 의뢰해 더불어민주당 강동구청장 후보 적합도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후 그해 4월까지 지역 호남향우회 회장 등 8명에게 여론조사 결과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발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1항 제5호 등은 후보자 혹은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진행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각까지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이 구청장은 정씨와 양씨에게 선거운동 관련 업무 등을 하도록 하고, 2018년 2월과 3월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이 중 양씨는 같은 해 4월 상대 경선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도 포함됐다.
1심은 이 구청장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 공표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자 이에 대한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공표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작성한 문자메시지를 7명에게 보내거나 1명에게 보여준 정도에 그친 점, 여론조사를 위한 설문지도 피고인에게 특별히 유리하게 작성된 것이 아닌 점, 이러한 공표가 당내 경선이나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양씨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구청장이 정씨와 양씨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정씨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도 유죄로 봐 이 구청장에게 벌금 90만원, 정씨에게 벌금 70만원에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 구청장은 선거운동과 관련해 피고인 정씨에게 300만원을 제공하고, 피고인 정씨는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피고인 이 구청장으로부터 3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이 구청장은 정씨를 고용할 당시 서울시의원으로 근무하면서 이미 지방선거와 관련해 강동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로써 2018년 1월20일부터 2월23일까지 정씨를 자신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했는데, 당시 이 구청장은 서울시의회 소속 보좌관인 김모씨 외에도 시의원 사무보조로 김모씨 등 3명을 고용하고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시의원의 업무 보조를 위해 정씨를 고용할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씨가 근무하는 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일이 예비후보자 공약집 초안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며 "공약집 초안의 내용은 이 구청장이 시의원 시절 수행한 업적들을 집대성한 것이라기보다는 강동구청장 예비후보자로 출마하면서 선거구민들에게 내세울 비전과 공약들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정씨는 강동구청장 출마를 위한 준비 작업을 도와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해 3월19일 오전 서울 강동구청 잔디광장에서 이정훈 구청장이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