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사무실에서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서 확진자가 나와야 원격지 개발을 하지 않을까요?"
한 프리랜서 개발자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발자들이 개발 단계에서는 원격지 근무를 원하고 있지만 발주사가 이를 허락하지 않아 감염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집단 개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 원격지 개발을 활성화할 것을 권고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발자들이 한 곳에서 밀집해 개발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말 2000여개 공공기관들에게 보안 기준을 준수하되 가급적이면 원격지 개발을 활성화하도록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주요 기업들이 밀집한 서울의 도심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사무실에 개발자들이 모인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실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개발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발주사인 공공기관들이 원격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개발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인 분석·설계에서는 각 프로젝트 리더(PL)들을 중심으로 한 대면 회의와 분석 작업이 필수적이지만 개발 단계에서는 굳이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수행 기업이 보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방안만 발주사에 제시한다면 원격지 개발을 못 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첫 단계인 분석·설계나 마지막 단계인 통합테스트를 제외하면 개발 단계는 굳이 같이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며 "해외는 이미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됐는데 한국은 현장 근무 관행 때문에 원격지 개발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도 각 부처를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들에게 원격지 개발을 활성화해줄 것을 더욱 독려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원격지 개발을 활성화하도록 우선적으로 권고했으며 앞으로 관련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며 필요한 개선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발의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원격지 개발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W산업진흥법은 이달초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는 지난 17일 폐회됐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오는 5월로 예상되는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