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올해 글로벌 발주 시장이 조선업계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불리던 2016년보다 더 침체됐다. 연초부터 급감한 발주량에 조선 빅3의 수주실적도 부진하다. 이대로 가면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5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1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55척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88만CGT보다 무려 76% 줄어들었다.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이 조선업계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불리던 2016년보다 더 침체됐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특히 올해는 수주 절벽에 신음했던 2016년보다 심각하다. 2016년 연간 발주량은 1115만CGT(480척)로 2009년 금융위기 직후(1708만CGT)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이에 따라 그해 삼성중공업의 수주액은 5억달러로 곤두박질 쳤다. 현대중공업도 일감 하락에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누계 발주량은 210만CGT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44% 더 적다. 그만큼 발주시장이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16년은 발주량이 적었지만 그나마 중국이 자국발주를 늘려 210만CGT를 기록할 수 있었다"며 "근데 올해는 코로나로 발주량이 그때보다 더 줄었고 중국도 조선소 문이 닫자 자국발주를 하지 않으면서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발주시장이 얼어붙었다. 글로벌 발주량이 줄어들면서 국내 조선 빅3의 수주실적도 부진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2월까지 셔틀탱커 2척을 수주했다. 수주목표 72억1000만달러 중 달성률은 고작 4.1%에 그쳤다.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처지다. 셔틀탱커 3척를 수주해 올해 누계 수주액은 3억달러다. 삼성중공업은 목표치를 작년 실적 71억달러 대비 18% 높여 84억달러로 잡았다. 이에 달성률은 3.6%로 대우조선해양보다 낮다. 양사 모두 올해 마수걸이에 성공한 후 추가로 신조 수주가 없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실적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4억15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다만 조선 부문만 놓고 보면 수주액은 1억6200만달러로 추락한다. 올해 목표 115억9500만달러의 3.6%를 달성했다.
현대미포조선은 3억3100만달러를 수주했다. 목표 36억5000만달러의 9.1%를 달성하며 유일하게 5%를 넘어섰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은 1억9800만달러로 달성률이 4.7%에 그쳤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 누계 수주액은 9억4400만달러이며 이 가운데 조선 부문은 5억87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당초 조선업계는 올해부터 환경규제 시행으로 신조선 발주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초부터 터진 코로나 악재로 일감 확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관계자는 "올해부터 연료값이 높아지면 해체선이 늘어나 신조선 발주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가 터져버렸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수주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상반기까지는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이 사태가 2~3개월내에 끝나지 않을 경우 목표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