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
지난 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팬데믹(Pandemic·전세계적 대유행)으로 촉발된 경제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긴급자금을 투입, 금융시장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달부터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각각 20조원, 10조7000억원 규모로 가동하기로 했다. 펀드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2배가 커진 것으로, 시장에서는 신용경색 우려와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출자 금융회사들은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재원의 대부분이 은행과 증권사 등 민간 금융업권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증안펀드는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에서 7600억원 규모로 조성했으며 나머지 10조원은 미레에셋대우 등 민간금융회사가 마련해야 한다. 채안펀드 또한 산업은행을 필두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이 함께 재원을 출자하게 된다. 약 30조원의 금액 가운데 24조원을 민간 금융회사가 투자해야 한다.
증시 안정화로 가장 수혜를 볼 수 있는 증권사의 경우 출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증권사의 경우 이미 증시 폭락으로 자기매매 영역에서 손실이 커진데다 주요 판매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헤지(위험회피) 문제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채안펀드에 이어 증안펀드에도 조 단위의 금액을 출자하면서 ‘이중 출자’에 대한 비용 부담 등 건전성 우려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펀드 출자금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주식에 투자하는 증안펀드의 경우 시장 변화에 따라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과거와 달리 '코로나19'라는 보건 문제가 관건인 만큼 확산 추이를 가늠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코로나19발 기업 도산은 막아야 한다. 금융시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장 투자자들을 위한 증시 안정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증권사 등 금융사의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도 동시 다발적으로 따라야 한다. 당국에서도 펀드 출자금액에 대한 건전성규제(위험가중치) 비율 완화, 투자손실위험 경감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례 없는 금융시장 안정책에 대한 금융사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땜찔 처방에 그치면 안된다. 당국은 단순히 기준 변경으로 건전성 규제를 손질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어 또다른 금융 불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