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삼성전자 이삭줍기’.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행렬을 이르는 신조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1894년 조선 말기 봉건적 수취체제의 모순에 대항해 농민들이 일으킨 동학농민운동이 재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열풍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조7917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 22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가 팬데믹 공포로 지난달 19일 1457.64(종가 기준)까지 내려가며 유례없는 폭락장을 연출했음에도 오히려 주식 매집 움직임은 강한 것이다.
주식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연초 29조8599억원에서 지난달 26일 45조원까지 올랐으며 증권사의 신규 계좌 개설 건수도 80만건에 육박하는 등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주요 수급주체인 외국인이나 기관들의 행보는 정반대라는 점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5일부터 31일까지 19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 누적 순매도 금액도 15조5634억원에 달한다. 기관 역시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7조1936억원을 순매도했다.
최근까지 상황을 보면 코스피가 1700선을 회복하면서 동학개미운동이 승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을 묵인할 수 없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역대급 경제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패닉장은 다소 진정이 됐으나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물경제 타격 등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불씨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단기융자인 위탁매매 미수금이 연일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수금이 증가한 만큼 지수가 내려갈 경우 반대매매 물량이 늘어나 증시를 다시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주가지수는 경기선행지수 중 하나로 증시가 좋아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고 실물경제를 부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제로금리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주식이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또 외국인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기존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는 데 의미 부여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투자에는 자기 책임의 원칙이 수반된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이로 인한 결과는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증시가 널뛰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버티다가는 일장춘몽의 쓴맛을 보기 십상이다. 지금도 '존버'(팔지 않고 오래 버틴다는 뜻의 속어)하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모습이 불안하게 오버랩된다.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