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건당 5.8%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로 요금 체계를 바꾼다. 기존 정책하에서 자금력 있는 음식점주들의 상호가 중복 노출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영세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식업계에서는 수수료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수료를 더 많이 내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일 수수료 중심의 새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다.
우아한형제들은 새 요금체계가 △과도한 깃발꽂기와 중복노출 해소 △영세 업주·신규 업주의 광고비 절감 △신규 카테고리에 가게 노출 기회 확대 △가깝고, 재주문이 많은 가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음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5.8%) 적용 등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정책 개편으로 오픈서비스 영역이 확대 노출되고 울트라콜을 3개로 제한하면서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한다. 깃발꽂기 논란은 월 8만8000원의 정액 광고료를 기반으로 한 '울트라콜'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자금력 있는 음식점주는 자신의 상호가 있는 지역 인근에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해 소위 말하는 '깃발꽂기'를 하면서 배민 애플리케이션에서 중복으로 노출되게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월 1000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지불하고 200개 이상의 깃발을 꽂는 업체도 등장했다. 이에 영세 업체는 배민 화면에서 노출되지 못해, 주문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
울트라콜 이용 가게의 매출 대비 광고비 비율. 자료/우아한형제들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도 줄어든다는 것이 배민 측의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전국 14만개 음식점 중 52.8%의 입점 업주가 배민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개업 1년 이하이거나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업주 중심으로 이번 정책 개편의 혜택을 받는다.
오픈서비스에 등록하면 메뉴별 카테고리와 1인분 카테고리 등에 자동 노출된다. 제철 음식 기획전, 전복요리 특별전 등 수시 기획 코너에도 노출된다. 기존에는 1인분 카테고리 등 별도 코너에 입점하려면 광고 상품을 따로 구입해야했다. 아울러 배민 이용자는 나와 가까운 가게, 다른 고객의 재주문이 많은 가게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 개개인의 선호 가게와 메뉴 노출 우선 순위도 설정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배민 측은 이번 정책 개편으로 기존 6.8%던 오픈리스트 수수료율에서 1%포인트 낮추면서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온라인몰의 수수료율이 평균 13.1%인데 이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식업계는 새로운 요금 정책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당 수수료를 매기면서 수수료 정책이 지나치게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배민의 주장대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줄어드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연구원은 "배민의 정책이 복잡해지면서 실제 업주가 계약을 어떻게 체결하느냐에 따라서 일부 업주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세부 내역을 자세히 볼 수도 없어서 배민이 고지한 체계와 상이한 수수료를 받은 결과도 있어 투명성이 제고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업체는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률제 수수료가 늘면서 매출이 오를수록 수익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민을 통한 온라인 매출이 오르면 오를수록 업주가 가져가는 수익이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불평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정액제가 정률제로 바뀌면서 실제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 분들은 수수료를 더 많이 내는 효과가 벌어진다"며 "배민 측이 교묘하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배민의 오픈서비스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을 작성한 경남 김해시의 요식업자는 "(오픈서비스는) 월 고정 광고비 30만원 내다가 수수료를 100만~150만원 내라는 소리다. 판매 건수가 더 늘어나면 얼마가 될지도 모릅니다"며 "소상공인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고생해 가며 음식 장만해서 먹고살려고 한 건의 배달이라도 더 해보려고 하는데 알선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를 빨고 있습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의 갑질 조사를 요구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