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자금 7천억 원을 끌어모았다가 기소돼 징역 14년 6개월이 확정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2016년 9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기철·정해훈 기자] 검찰과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가 유죄판결이 확정된 수감자를 상대로 친정부 유력인사에 대한 무고를 강요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후보(전 법무부 인권국장)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널A 법조기자와 모 검사장이 나눈 통화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 측근이 제보자다. MBC 제보자와 동일 인물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제보를 이 전 대표에게 협박에 가깝게 강요했다는 의혹이 있다.
녹취록에 이 기자와 A검사장으로 표시된 통화는 지난 2월 쯤으로 추정된다. A검사장은 "만나봐 쟤네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봐"라고 했고 이 기자는 "근데 제가 그 얘기를 했어요. 저는 브로커가 아니고 검찰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서, 해야 되는 수사를 안할 수는 없다고"고 답했다. 이 전 대표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A검사장이 이 기자에게 불법취재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방조한 셈이 된다.
이 전 대표 측의 태도에 따라 수사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나온다. A검사장이 "그래, 얘기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우리도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 줄 수는 있어.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 되는 거니까"라고 말하자 이 기자는 "그렇게 얘기를 하고 나서는 수사에 긍정적이면 다시 얘기를 해보고 다시 말씀을 드릴게요. 현실성이 없는 얘기를 하면 접고요, 제가 괜히 무리하게 나서면 나도.."라고 말했다.
MBC는 해당 보도를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검찰과 법조계, 언론계에서는 이 의혹의 쟁점을 2가지로 보고 있다. 첫번째로 채널A 이 기자가 취재윤리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두번째 쟁점인 이른바 '검·언 유착' 논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대립된다. 검·언 유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은 녹취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A검사장으로 이름이 거론된 검찰 인사는 신라젠 수사와 무관하며, 이 기자와 관련 통화를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채널A 측에서도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통화 녹음파일 등장인물은 A검사장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이 기자를 1차례 이상 만나면서 사전에 확인하고 만나본 결과 A검사장의 목소리가 틀림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녹취록이 아니라 원본격인 녹음파일이다.
법무부는 전날 대검찰청으로부터 이번 사안에 대한 서면보고를 받은 뒤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 녹음파일의 진위 여부와 채널A 측의 자체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사실관계를 검토"중이라고만 말했다.
최기철·정해훈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