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동으로 이철 전 대표 협박"…채널A 기자·검사 고발

민언련, 서울중앙지검에 '협박 혐의' 고발장 제출
"협박 통한 취재 행위, 언론으로서 사망선고" 비판

입력 : 2020-04-07 오전 11:49:1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VIK) 대표에게 제보를 요구하면서 압박해 논란이 되고 있는 채널A 기자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다. 해당 기자가 친분을 내세운 검사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일 이모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에 대해 협박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김서중 민언련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고발장 제출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채널A 기자가 검찰을 언급하면서 이철 전 대표를 겁박한 것 자체는 언론 윤리 차원에서 이미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자가 협박을 통해서 취재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기자와 기자가 있는 언론사는 사실상 언론으로서 사망선고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이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법적으로도 명백하게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이 기자는 지난 2월17일부터 3월10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과 검찰 조직 내에서의 자신과 자신이 재직 중인 채널A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 등을 언급하며 유시민 이사장의 비위 행위를 제보하란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장과 증거로 제출된 편지를 보면 이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14년6개월은 몹시 긴 시간입니다. 여기에 추가 수사로 형이 더해진다면 대표님이 75살에 출소하실지, 80살에 출소하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표님과 유시민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와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강연 등의 대가로 얼마나 돈을 건네셨는지도 궁금하고, 이분들이 실제 신라젠 주식을 많이 샀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등으로 제보를 요구했다.
 
또 이 단체는 "이후 이 기자의 제보 요청은 한층 더 강압적이고 노골적으로 변해갔으며, 이후의 편지들에서는 피해자 이철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불이익이 미칠 수 있음을 암시했다"면서 "피고발인이 재직하는 채널A는 많은 검찰 취재원을 보유하고 있고, 검찰 고위층 간부와도 직접 접촉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취재 협조 여부에 따라 가족에 대한 처벌 여부와 범위 등이 달라질 수 있음을 함께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기자를 만난 이 전 대표의 지인이 MBC에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기자가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검찰에 고소할 사람은 우리가 미리 준비해 뒀다", "당신의 한 마디에 검찰도 좋고 귀하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지만, 만약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잘 아실 것이다", "우리는 세게도 할 수도 있고 기소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단체는 "녹취록이나 대화 내용으로 살펴봤을 때 이 기자는 단순히 검찰 조직과 아무 연관이 없음에도 형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 아니라 해악의 고지가 있기 이전에 이미 이 기자와 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 사이에서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한 상세한 사항에 대해 의견 조율을 통한 의사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해당 검사와 이 기자는 서로 공동해 피해자에 대해 해악의 고지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31일 이 기자가 이 전 대표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신라젠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이달 1일 후속 보도에서는 이 기자가 신라젠 의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연관성에 대해 집착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았다.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서중(왼쪽 첫번째)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가 채널A 기자와 검사를 협박 혐의로 고발하면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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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