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시장 경색에 급한 불끄기…전환사채 늘어

입력 : 2020-04-07 오후 12:51:3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금조달 수단이 경색된 기업들이 다소 불리한 조건에도 주식 관련 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주식 발행 조건부 사채는 기존 투자자에겐 오버행(잠재적 주식물량 과잉) 이슈가 될 수 있고 지배주주 지분가치가 희석될 부담이 있음에도 상대적 조달비용이 낮아 불황형 채권으로 꼽힌다.
 
7일 자본시장 등에 따르면 최근 전환사채(CB) 발행 사례가 잦다. STX, 쌍방울, 남영비비안, 씨아이테크, 쎌마테라퓨틱스, 금호전기, 지코, 조일알미늄 등이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사채는 일반 공모 사채보다 특수 목적성이 강해 사모 형태도 많다.  
 
일례로 AK홀딩스 자회사 제주항공은 최근 전환사채권 발행 정정공시를 냈다. 사채 만기일을 기존 2025년 4월6일에서 4월29일로 연기하는 등 기일을 조정한 내용이다. 항공업 불황 등으로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 체결이 늦어지며 채권 계약 기간도 조정된 듯 보인다. 발행 대상은 이스타홀딩스다. 즉,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에 지불하는 인수대금 일환이다. 애경그룹은 이스타홀딩스를 상대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각각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인수부담을 낮췄다.
 
쌍방울과 그 계열사인 남영비비안도 비슷한 유형이다. 쌍방울은 지난 3일(청구 시작일) 45억원 규모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발행대상은 미래아이앤지이다. 이 회사가 사채를 모두 주식 전환하면 3.72% 지분을 갖게 된다. 미래아이앤지는 남영비비안이 인수한 포비스티앤씨 전 최대주주다. 남영비비안 역시 미래아이앤지를 상대로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주식 총 수 중 13.12% 비율이다. 역시 인수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유다. 쌍방울은 전환사채를 통한 조달자금 사용목적으로 상품 매입대금 등 결제를 들었고, 남영비비안은 인수 대금 중 잔금 일부라고 밝혔다. 
 
전환사채는 주식 전환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물량이다.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한 풋옵션이 일반적이고, 경우에 따라 매도 청구권인 콜옵션도 붙는다. 따라서 전환사채 발행이 많아지면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기존 주주는 지분이 희석될 수도 있다. 실제 쌍방울의 경우 지난달에도 모드니투자조합을 상대로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7.43% 비율이다. 쌍방울 최대주주인 광림 지분이 18%에 불과해 희석률이 적지 않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신용채권 차환시장이 경색되면서 이같은 주식 관련 사채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4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만 42조4000억여원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황에 따른 신용도 저하로 다시 사채를 내 상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자금조달 방식은 이자 지급이 없는 유상증자인데,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불황일수록 주식 관련 사채가 늘어나게 된다.
 
이와 관련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등은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기존 채권자들이 출자전환한 사례다. 양사는 원금 상환부담을 면하게 됐다. 채권자가 현물출자를 결정한 데는 출자회사의 성장성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으로 읽혀 양사로선 긍정적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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