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총선 시즌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막말'이 21대 총선 막판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대결구도가 팽팽한 격전지에선 네거티브 선거와 함께 고소·고발까지 난무한다.
13일 4·15 총선을 이틀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막말 주의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막바지 선거운동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원색적 욕설에 성적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유권자의 표심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막말 논란을 일으킨 것은 경기 부천병의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방송토론회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해 텐트에서 성문란행위가 벌어졌다며 '○○○ 사건'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이를 놓고 사실 유무와 상관없이 국회의원 후보자로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통합당은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리며 수습하려 했지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 차 후보가 지난 11일 페이스북 글에서 상대 후보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이 자신의 현수막 위아래로 설치된 것에 '○○○이 싫다'고 다시 한번 언급해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통합당은 윤리위원회 제명 절차를 생략하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직접 '제명'했다. '세대 비하' 발언의 김대호 후보에 이어 두번째 제명으로, 통합당은 '막말'로만 지역구 후보 2명을 잃은 꼴이 됐다.
총선 막말이 통합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원색적 욕설을 내뱉었다 하루 만에 긴급 사과했다. 정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당신들이 이번 선거기간 중 저에 대해 모략하고, 음해하고, 저를 시정잡배 개쓰레기로 취급하고 공식적으로 당신들 입으로 뱉어냈다"고 비난했다. 특히 비난 댓글을 단 네티즌들에겐 "네거티브할 시간에 집에 가서 자라, 이 개○○들아"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결국 정 최고위원은 "방송을 보신 분들과 열린민주당 지지자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 지도부간 고소·고발도 끊이지 않는다. 앞서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각각 '애마'와 '돈키호테', '시종'으로 비유한 것을 놓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 사무총장도 이에 맞서 무고죄로 맞고소 하겠다고 밝혔다.
격전지 중심의 고소·고발 '진흙탕 싸움'도 진행형이다. 수도권 격전지 중 하나인 서울 광진을에선 오세훈 통합당 후보가 고민정 민주당 후보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고 후보가 주민자치위원 중 한 명의 지지발언을 공보물에 실어 '관건 선거'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막말과 관련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후보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정치권 자체의 문제도 있다"며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막말에 대한 각 당의 자정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회의실에서 열리는 기자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