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자본시장이 온통 바이오에 쏠리며 산업 대들보인 전통 제조업은 찬밥 신세다. 바이오 대장주가 주가수익률 200배에 육박하는 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저평가되고 있다. 전통 제조업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불황이 더 짙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지난 13일 장 마감 기준 시가총액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가수익률(PER)이 175.74나 됐다. 주당 순이익 대비 주가가 176배 정도 높다는 의미다. 5위 셀트리온도 PER이 97.47로 적지 않다. 이에 비해 시총 1위 삼성전자는 15.26에 불과했다.
바이오업종 전반적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 업종 PER이 119.86이나 됐다. 삼성전자가 속한 업종 PER 15.26과 비교된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와 7위 LG화학, 8위 현대자동차도 PER이 각각 29.44, 78.69, 9.09로 바이오 대장주와 거리가 있다. 그나마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나 바이오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비교적 주가가 높은 듯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시총에 순차입금만 더하면 해당 기업을 살 수 있는 금액(EV)이다. 하지만 이들 전통 제조업은 실질 보유 자산보다 시총이 더 낮다. 지난해 연말 IFRS 연결기준 삼성전자 총자산은 352.5조원이었다. 13일 종가 기준 시총은 288.3조원이다. SK하이닉스도 자산 64.7조원보다 시총(59.2조원)이 낮다. LG화학은 자산이 34조원, 시총이 22.2조원이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자산이 194.5조원인데 비해 시총이 20.8조원으로 초라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 FDA서 인보사 임상을 재개했다는 소식에 13일 주가가 29.95% 상승하는 등 바이오주는 변동성이 심하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셀트리온과 치료제 위탁생산 계약 소식을 알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도 화제성에 기인한다.
바이오 업계는 신약 개발 등 R&D 혁신 기업으로 분류되는데 개발 성과에 크게 좌우되는 실적이 사행성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R&D 혁신기업은 또한 개발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본시장이 필요하지만 투자에 대한 담보화가 어렵고 개발 과정의 보안으로 인한 정보 비대칭 문제도 제기된다.
전통 제조업 역시 신사업 등 사업 구조 혁신을 위해 자본시장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만 저평가 되는 배경엔 자체 요인도 있다.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소극적인 배당이나 주주친화정책, 지배주주 의사결정과 본업 지향점의 괴리 등이 지적된다. 전통 제조업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자본효율성 제고, 주주환원 증대 등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