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소상공인연합회가 ‘배달의민족’의 대항마로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함께 공공 배달 앱 개발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운영비 조달은 여전히 과제다. 일각에선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박영선 장관이 난색을 표하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공연과 한결원은 최근 배달의민족 수수료 체계 개편 논란으로 민간 배달 앱의 갑질 우려가 제기되자 이에 대응해 공공 배달 앱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전문가 그룹과 소상공인단체, IT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이지만 올해 안에 공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T업계에 따르면 배달 앱 개발 자체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개발 이후다. 가맹점 및 고객 확보와 프로모션, 마케팅 등 운영비에만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개발보다 사후 운영·관리가 더 중요한 셈이다.
이 같은 우려는 앞서 박영선 장관이 지적한 부분과 맞닿아 있다. 박 장관은 최근 출연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공공 배달 앱을 만드는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중기부에도 이런 요구가 많이 있다”며 “그런데 이 앱을 만들어서 플랫폼으로 운영하면 운영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전국 단위로 운영된다고 하면 운영비에 수백억원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군산시 공공 배달 앱 ‘배달의명수’는 가맹점 수가 700곳에 달하는데 올해 운영비로만 시 예산 1억8000만원이 책정돼 있다. 내년 운영비로는 5억원이 잡혀 있어 관련 소요 예산은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공연 공공 배달 앱의 운영비 부담과 관련해 중기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역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국민 세금으로 사실상 수수료 지원을 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고, 무엇보다 민간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도 공공 배달 앱 개발 지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착한소비자운동’ 업무 협약식 후 기자들과 만나 “소공연과 한결원이 공공 배달 앱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기부 지원은 민간 영역에 대한 개입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겠나”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소공연과 한결원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듯 공공 배달 앱 개발 외에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한결원 관계자는 “공공 앱을 개발하지 않고 스타트업을 육성해 경쟁 체제를 만드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CU역삼점에서 배달업체 관계자가 배달 주문이 들어온 상품 수령해 배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