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당초 취지와 정반대로 작동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수를 결정한다. 거대 정당이 국회 의석을 독식하는 것을 막고자 올해 처음 실시됐지만 21대 총선에선 20대 총선보다도 거대 양당에 의석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16일 21대 총선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을 차지했다. 그밖에 정의당은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 5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거대 양당이 만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출현하면서 군소정당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완전히 퇴색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6일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조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의 원내에 진입 장벽을 허물고 다당제 정착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로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정당이 주도해 도입됐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직접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대신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드는 방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켰으며, 더불어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총선에서 20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정의당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현을 비난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대선보다 많은 267만 명의 시민이 정의당을 선택해줬고, 10%의 육박하는 지지율에도 여전히 300석 중 2%의 목소리만을 가지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수구 보수 세력에 대해 무서운 심판이 이뤄진 선거였지만 선거개혁 와해 등 정치개혁 후퇴라는 역사적 오점을 함께 남겼다”고 밝혔다.
앞서 심 대표는 지난 1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상식을 벗어난 도를 넘어선 반칙을 하고 있다”며 “30년 만에 첫 발을 내딛은 선거제도 개혁이 거대 양당의 꼼수 위헌정당인 위성정당 간의 경쟁으로 왜곡된 모습은 앞으로 민주주의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