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른바 'n번방' 시초자인 일명 '갓갓'을 검거했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1일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A씨(일명 갓갓)를 지난 9일 불러 조사하던 중 자신이 '갓갓'이라는 자백을 받고 당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금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이날 오전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했다.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아동성착취물 제작·배포등) 등을 적용했다. 법원은 구금시간을 고려할 때 다음날인 12일 영장실질심사를 열 것으로 보인다.
'갓갓'은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텔레그램상에 성착취방인 'n번방'을 처음 개설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손정우가 '다크웹'에서 운영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를 모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갓갓'은 2019년 2월에 1번 방을 만들어 운영을 시작하다가 같은 해 8월 8번방까지 만들었다. 트위터를 통해 소위 '일탈 사진'을 올린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한 다음 자신을 경찰이라고 속이고 '게시물이 신고됐다. 링크를 보내줄테니 신상정보를 적고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과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미성년자 등 여성의 성을 착취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은 'n번방'을 모방해 같은 해 7월부터 올해 3월 검거되기 전까지 운영했다. 갓갓의 'n번방'과 조주빈의 '박사방'은 범죄수법이 흡사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범죄가 더 교활하고 악랄하다"고 말했다. 현재 박사방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n번방 사건은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검거되기 전 10대 미성년자로 알려졌던 '갓갓'은 24세로 확인됐다. '갓갓'은 9월쯤 돌연 잠적하면서 수능시험을 준비한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갓갓'이 미성년자로 추정됐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최근 구속기소된 '부따' 강훈도 올해 18세지만 조주빈과 대등할 정도로 범죄에 가담했다. '갓갓'이 실제로 대학입시를 준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n번방 운영 당시 미성년자가 아니었다는 점, 이후 수사와 추적에 혼선이 야기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경찰이 갓갓을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한 때는 올해 초쯤이다. '갓갓'은 지난 1월 21일 텔레그램의 한 단체대화방에 나타나 조주빈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3월20일쯤 신분을 특정해 '갓갓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에서 "갓갓에 대한 의미 있는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갓갓'을 소환조사 한 시점을 고려하면, 이때 경찰은 이미 갓갓의 신원을 확보해서 입건한 것으로 보인다.
죄질과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갓갓'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 법조계 판단이다. 또 이번 사건의 핵심피의자이기 때문에 신상 역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사방' 공범 조주빈과 미성년자인 '부따' 강훈, 군 신분인 '이기야' 이원호 역시 구속과 함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경찰은 '갓갓'이 구속되면 보다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때 신상정보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21일 텔레그램의 한 단체 대화방에서 'n번방' 운영자 갓갓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대화를 나눈 내용. 사진/제보자 제보 자료캡처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