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자영기자]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렸던 지난 4일 밤 9시. 정부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가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갑작스런 지시로 열린 브리핑은 같은 날 있었던 각국 재무장관들과의 양자면담에서 이른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협력하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신흥개도국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언이 포함됐다.
주요국 재무장관이 윤 장관이 주장한 의견에 공감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 입장에 대해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도미니크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협조 의사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 MB 첫 발의 '글로벌 금융안전망' 이란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의제다.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첫 제안한 안건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개도국들이 자본유출입의 작은 변동성에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손쉬운 외화차입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다.
지난 1997년 IMF로부터 국제금융을 받으며 뼈아픈 대가를 치뤘던 우리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IMF의 대출제도 개선 ▲다자간 통화스와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신흥국들은 불안한 외화변동성 때문에 달러를 비축하고, 이는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이 되고있다"며 "금융안전망이 구축된다면 신흥국들도 필요이상의 달러를 쌓아둘 이유가 없다"며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 G20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얼마나 진전됐나?
이번 G20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논의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발표된 코뮈니케(공동성명서)에는 금융안전망의 정책대안을 모색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필요성을 인정한다는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G20는 코뮈니케를 통해 "우리는 최근 유럽사태에서 볼수 있듯 금융안전망과 관련한 진전을 독려하며 자본변동성과 위기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국내, 지역적, 다자간 노력이 필요함을 인정했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대안들을 모색할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IMF 대출제도에 대한 개선도 요청했다.
◇ 국내외 전문가들도 필요성 강조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급격한 외화유출을 겪었던 우리나라로서는 금융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병선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원장)은 "국제금융안전망, 특히 한중일 3국의 금융안전망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일본이 견제하는 형국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며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책 담당자는 동아시아의 역사적 교훈을 생각해 국가백년대계의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안전망 필요성과 관련, "IMF의 경우 국제금융을 위한 조건이 너무 많이 필요했고 이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던 측면도 있다"며 "조건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는 규모가 작아 이를 포함한 복수의 프레임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며 "G20의장국으로서 중립적인 역할을 해야겠지만 이익이 되는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위원은 "수출중심의 아시아국가에 위기가 닥친다면 유럽이나 선진국과는 다른 형국일 것"이라며 "미국이 유럽은 지원할 수 있겠지만 아시아를 지원할 수 있느냐에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은 상당히 중요하다"며 "그러나 한중일이 얼마나 공감대를 갖고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선언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