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뺨 때리는’ 소상공인 대상 보이스피싱 극성

정부·금융기관 사칭, ‘선착순 지급’ 등 자극적인 문구 삽입
전문가들 "서민 대출 금융기관 직접 방문해 상담 받아야"

입력 : 2020-05-12 오후 3:08:41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귀하는 현재 신용도가 낮아 2000만원을 대출받아 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신용도를 높이시면,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해 보입니다.”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자신을 모 은행 소상공인 대출 담당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부터 이 같은 문자를 받았다. 이에 속은 A씨는 2000만원을 대출 받아 사기범에게 이체하려고 했지만 뒤늦게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가 극심한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금융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라 속출하고 있다. 특히 신용 등급이 낮은 영세 상인들의 경우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고된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은 정부긴급재난지원대출 안내를 빙자해 제도권 은행 상호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경우가 많았다. 소상공인들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송한 문자 메시지로 오인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특히 ‘선착순 지급’, ‘한도 소진 임박’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넣어 자금 사정이 급박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안 심리를 악용했다. 낮은 신용 등급으로 대출에 애를 먹는 소상공인들이 쉽게 현혹될 수 있는 부분이다.
 
부산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B씨는 “아직 보이스피싱 문자를 받아보진 못했지만 금융기관을 사칭해 그럴듯하게 접근해 온다면 쉽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가중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의 금융 정보나 원격제어 앱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돈을 이체할 것을 권하거나 OTP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면 보이스피싱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에 검거된 현금 수거책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아니라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이용되는 단순 가담자들이 대부분인 편"이라며 "특히 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대출자는 서민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해 상담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부 지원 대출을 빙자한 통신금융사기 범죄가 적발되면 엄정히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불법대출 사기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입구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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