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판매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각 사 강점을 살린 파트너십을 통해 '윈-윈(Win-Win)'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업체들은 파트너사 네트워크 활용 등 협업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자사가 보유하지 못한 영역으로 비교적 손쉽게 진출할 수 있고, 협력을 통한 인력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바이오마커 기반 암 조기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체외 분자진단 검사에 대한 마케팅 및 판매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전국 3만개소 이상의 병의원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웅제약이 병·의원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개발사인 지노믹트리는 검진센터와 준종합병원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안국약품은 자사 대표 품목인 눈 영양제 '토비콤에스'의 판매제휴 파트너로 경남제약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경남제약이 토비콤에스의 약국영업을 담당하고, 안국약품은 마케팅을 총괄하며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경남제약이 인지도 높은 비타민제 레모나를 통해 약국영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반의약품(OTC) 판매제휴의 성공적 사례로 남겠다는 계획이다.
단순 판매를 넘어 품목 도입 형태의 협업도 존재한다. 휴온스그룹의 신규 보툴리눔 톡신 '원더톡스'의 판권을 확보한 종근당은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해 연간 1000억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 상태다. 종근당은 자체 개발품목은 없지만 2013~2019년 휴젤 품목 판매 경험을 통해 영업망을 다져온 만큼 인프라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생산을 담당하는 휴온스글로벌 입장에서도 메디톡스의 공백이 생긴 국내 시장 영향력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대표적 공동판매 성공 사례로는 지난해 종근당과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가 맺은 위식도역류질환 국산신약 30호 '케이캡정'이 있다. 케이캡정은 CJ헬스케어가 개발해 지난 2018년 7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품목이다. P-CAB 계열약물로는 세계 최초로 기존 위산분비억제제들의 주요 적응증인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모두 허가받은 것이 특징이다.
양사는 지난해 1월 공동판매 계약 체결을 통해 국내 종합병원 및 병·의원 등 전 부문에 걸친 마케팅 활동을 함께 진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케이캡은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연말까지 26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산신약 발매 첫 해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시장 점유율도 단숨에 시장 2위로 올라섰으며, 올해 역시 1분기에만 145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협력은 품목 제조사 입장에선 파트너 영업망 활용을 통한 인력 절감을, 판매사 입장에선 이미 구축된 영업망을 활용해 원천기술이나 품목 없이 이윤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양사 모두 판매에 관여하는 공동 판매에 나서는 경우 역시 한정된 네트워크의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종근당 소속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종근당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