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 내 '애국 소비' 바람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의 타깃이 되며 '애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화웨이를 향한 '추가 압박'은 '자국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중국 내 정서에 또 다른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양회)가 22일 개막한다. 이날 중국 정부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시 허락을 받으라"는 최근 미국의 엄포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이번 발표는 최근 내수 진작에 온 힘을 기울여온 중국 정부에 악재라 할 수 있다. 자국 주요 기업인 화웨이의 반도체 매출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되고 최근 빠르게 회복되던 소비 심리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스마트폰 출하량은 4078만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17%, 전월 대비 94% 늘었고 자동차 판매도 지난해 동기 대비 2% 증가하는 등 소비가 점점 진작되고 있다.
완연한 회복세 속에 복병을 만난 꼴이지만 바꿔 말하면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산품 애호 정책이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여지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맞선 이후 중국의 '애국 소비' 경향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방송 매체 등을 통해 애국심과 반미 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2017년부터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등과 함께 자국 브랜드 제품만을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에서 판매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데이'를 여는 등 자국산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상가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식료품을 사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상당수 중국인들도 정부 목소리를 그대로 따르는 추세다. 미국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지난해 8588억위안(약 148조4000억원)의 총매출을 올린 게 대표적인 그 증거다. 이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수치로 중국 내 '애국 소비'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애국 소비'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화웨이는 2018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이름이 빠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유엔의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 '유엔 컴트레이드' 무역통계를 이용해 분석한 2010년~2019년(1~11월) 중국 수입시장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2015년(10.4%)를 정점으로 중국 시장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지난해 8.5%까지 떨어졌다.
이번 미국의 제재 이전까지 중국은 '소비 진작'을 최우선 키워드로 내세웠다. 1일 노동절 연휴를 애초 사흘보다 긴 닷새로 정해 쇼핑몰이나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소비 쿠폰을 배포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14일 직접 나서 소비 진작을 지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이제는 자국 보호라는 키워드까지 추가된 만큼 '희생양'이 된 화웨이를 매개로 삼아 22일 추가 부양책을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최근 '기업 안정 통한 고용 보장'과 '내수 확대' 등을 강조했다. 이는 정책 강도의 강화 가능성을 암시한다"며 "경기 전반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감세·준조세 인하, 보조금 지급 등에 대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양회가 주목된다"라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