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21대 국회의 '트림탭'이 되겠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이다. '트림탭'은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향타 핵심 부품을 말한다.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혁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압도적인 의석수에 취하지 않도록 정의당이 방향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의석수는 단 6석 뿐이지만 진보정당으로서 여당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군소정당에서 존재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180석과 110석에 달하는 거대 양당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당의 존재 의미를 찾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보다도 먼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며 내부 쇄신에 돌입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다 이긴다는 것인데 우선 자당 내부의 현 상태를 분석하는 데에서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의 혁신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변화를 추동할 것이기에 크게 보면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보다 근본적인 혁신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거대양당보다 조금 나은 정당, 찍을 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정당으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거대양당을 대체할 대안세력으로 주목받는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의 정체성부터 정책까지 총체적인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
정의당의 경우에는 집권 여당과 개혁 경쟁을 할 수 있는 견제 세력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정부의 부적격 고위공직자를 낙마시켰던 정의당의 존재감을 다시 찾아야 한다. '조국 사태' 때와는 달리 '윤미향 논란'에 대해선 비교적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등 변화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국민의당도 기본적으로 여당 견제에 충실해야 하지만 통합당의 변화를 이끌어야 될 책무가 있다. 국민의당이 통합당과의 중도층 확보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책적인 측면에서 통합당의 노선을 다소 온건화 할 수 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에게 국민이 보낸 지지와 기대의 표심은 총 460만표로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의석수에 갇힌 숫자만으로는 거대양당의 벽을 넘기 힘들겠지만 국민의 표심을 믿고 양당에 대한 견제를 통해 전체적으로 정치권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21대 국회에서 두 당에게 바라는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