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돌아오면 소 취소하겠다"는 노소영 관장, 진의는 뭘까?

법조계 "이혼 소송상 고도의 전략"…"자녀재산 지키기 위한 '궁여지책'" 의견도

입력 : 2020-05-28 오전 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본궤도에 올랐다. 일관되게 이혼을 거부해 온 노 관장도 이혼소송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노 관장은 지난 26일 열린 2차 변론에 참석한 대리인을 통해 최 회장과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는 것이 본인의 진정한 입장임을 전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온 노 관장 측 변호사는 '노 관장이 전에 가정으로 돌아오면 받아준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노 관장은 지난 4월7일 1차 공판에 직접 출석해 "최 회장이 가정으로 돌아오면 이혼소송을 취소하겠다"고 재판부에 밝혔다고 한다. 최 회장의 혼외자도 본인이 양육하겠다는 의사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슬하에는 1남2녀가 있는데 모두 성인으로, 다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법조계는 노 관장의 이런 태도에 고도의 소송전략이 깔려있다고 보는 분석들이 적지 않다. 이혼에 대한 대법원 입장은 유책주의다. 혼인 파탄의 책임 있는 배우자가 청구하는 이혼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주의다. '최태원-노소영' 케이스에서는 최 회장이 유책배우자다. 이혼을 청구했지만 통상의 판례에 따르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그래픽/뉴스토마토
 
가사판결 중 이혼 판결문을 보면,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배우자가 종국적으로 유리하다. 위자료든 재산분할이든 같다. 최 회장이 언론을 통해 혼외자를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을 때에도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가사전문 변호사들 중에는 노 관장이 이혼사건의 주도권을 틀어쥐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는 이가 많았다. 이혼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객관적인 평가로도 최 회장의 이혼 의사가 확고한 만큼 사실상 파탄 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였다. 
 
노 관장의 소송전략이 최근 더욱 예리해 보이는 이유는 새로 합류한 소송대리인들의 면면 때문이다. 지난 5월11일 노 관장은 한승 변호사 등 3명을 새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한 변호사는 전주지법원장을 끝으로 2018년 2월 법복을 벗었다. 27년 간의 법관생활 동안 일선의 주요 재판부를 두루 거쳤다. 대법원 재판연구,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모두 거친 몇 안 되는 법조인이기도 하다. 소송지휘나 법리, 재판진행 능력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것이 그의 재판을 받아 본 여러 변호사들의 평가다. 고법부장이 된 이후로는 잠정적인 대법관 후보로 늘 이름을 올렸다.
 
한 변호사와 같이 노 관장을 대리하는 고승환 변호사도 판사 출신이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를 역임했다. 이들과 한 팀인 이형철 변호사를 같이 놓고 보면 세 사람 모두 마지막 법관 근무지가 전주지법이다. 한 변호사가 전주지법원장 직에서 퇴임할 때 고 변호사는 전주지법 부장판사, 이 변호사는 같은 법원 재판연구원이었다. 구성면만 두고 보면, 지금 노 관장은 2년간 합을 맞춰 온 합의재판부가 대리하고 있는 셈이다.
 
한 변호사가 선임계를 낸 때는 단독재판부가 담당했던 최 회장과의 이혼소송이 합의부로 옮겨진 뒤 첫 재판을 끝낸 시점이다. 이때 재산분할이 소송 전반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최 회장 소유의 SK주식이 최대 쟁점이 됐다. 노 관장도 최 회장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면서 이혼과 재산분할, 위자료를 청구했다. 반소 인지액만 21억9000여만원인데, 법원 계산법에 대입해보면 총 청구액(소가)는 1조3000억원 정도다.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의 42%를 조금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최 회장의 주식을 일반적인 상속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으로 할 것인지,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제외할 지에 대해서는 선례가 많지 않다. 특히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재산에 대한 판단은 전례가 없다. 노 관장이 굳이 이혼소송 초기부터 함께한 대리인단을 물리고 한 변호사팀을 선임한 것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막강한 대리인단을 방패로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노 관장은 혼인유지 의사를 재판부와 여론에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최 회장의 가장 큰 목표는 이혼 후 혼외자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는 것"이라면서 "진의야 어찌됐든 재산분할 측면에서는 노 관장이 소송에 매우 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관장의 일관된 입장에 신뢰를 보내는 평가도 있다. 서초동의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한 것은 자녀들이 관련된 장차 최 회장의 상속문제 때문 아니겠느냐"면서 "재산분할을 하려면 이혼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최 회장 재산이 혼외자와 그의 친모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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