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내용인 농축산물 거래를 보류했다.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점화된 미중 갈등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으로 고조 되는 양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전체회의 최종회기에 참석해 홍콩 국가보안법안 의결을 위해 투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 등 농산품 수입을 일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들 매체는 중국 고위 관리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으며, 중국은 이미 많은 양의 미국산 돼지고기 주문을 취소, 미국산 옥수수와 면화 반입 등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이같은 조치는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른 미국의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확대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 사안으로,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중단은 어렵게 성사된 1단계 무역 합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앞서 중국은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향후 2년간 32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총 2000억달러(약 246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약속했다. 중국도 미국산 대두 24만톤을 구매하는 등 미국과 함께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으며, 미국 역시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홍콩보안법 제정에 따른 보복으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중국·홍콩 당국자에 대한 제재도 예고했다. 홍콩이 특별지위를 박탈 당할 경우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의 관세와 함께, 엄격한 중국 비자 규정 등을 적용받게 돼 홍콩에서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가 위태로워지면서 미중 갈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조치에 맞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미국이 추가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 역시 미국산 농산품 수입정지 조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품 수입중단 조치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최악의 경우 1단계 무역합의가 파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