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가 반세기만에 35조원 규모의 역대급 3차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데는 코로나19를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비상경제시국에 최후의 보루로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 가장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간 250조원 규모의 직접지원대책을 추진해 온 만큼 이런 대책들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 재정실탄이 추가로 뒷받침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위기 조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35.3조원 규모의 이번 추경에는 한국판 뉴딜 5.1조원, K-방역 및 재난대응에 2.5조원 등이 책정됐다. 사진/뉴시스
3일 정부가 편성한 3차추경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차 11조7000억원, 전 국민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12조2000억원에 이어 단일 추경으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다. 48년만에 처음으로 한 해에 세번이나 추경을 짜면서 총 60조원 규모를 집행키로 한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역할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치자 정부가 올해 경기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512조3000억원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번 추경으로 인해 지출증가율은 작년 본예산 대비 16.5%나 증가하게 됐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예산역시 코로나19 위기의 조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제 대응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만큼 내년 나라살림도 초슈퍼 예산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다만 재정건정성은 악화될 수 밖 에 없다. 강도높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10조1000억원을 조달키로 했지만 적자국채 역시 23조8000억원 역대최대치를 발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적자 국채발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본예산 기준 예상치인 39.8%보다 3.7%포인트 상승한 43.5%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갈은 우려에도 역대급 재정실탄을 쏟는 데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해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장기적으로 지금 재정의 마중물과 펌프질이 위기극복, 성장견인, 재정회복의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선진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10%며 미국(106.9%) 일본(224.1%) 프랑스(122.5%)는 100%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적지 않은 국가채무 증가까지 염두에 두고,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인만큼 현재 시점에서 합당한 정책 기조라고 평가했다. 다만 추가 추경 등에 대해서는 재정건정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재정투입 효과가 확실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짜야한다는 조언이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코로나 2차 확산을 떠나 재정투입이 규제개혁이나 노동개혁도 같이해야 제대로 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게 맞는데 쓰이는 돈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산업활성화를 통해 소비연결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뉴딜 정책에 주로 집중돼있는데 산업구조나 기업구조 조정 등을 이루면서 향후 정책 구상이 함께 이뤄져 양질의 장기적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하늬·정성욱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