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하늘길 전쟁으로 이어지며 국제선 날개를 펴기 시작한 국내 항공사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이 상대국 항공기 입국을 일단 허용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두 국가의 방침에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민항국은 코로나19로 도입했던 규제를 풀고 외국항공사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자국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부터 '1항공사·1개 노선·주 1회 운항'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델타항공, 유나이티드 등 미국 항공사는 허가를 받지 못해 중국 노선 취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미국이 보복 차원으로 중국 항공기 입국을 제한하기로 하자 중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중국이 일단 꼬리를 내리며 두 국가의 '하늘길 전쟁'은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두 국가가 다시 상대국에 칼날을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민항국의 항공사당 1개 노선 운항 규제는 예외 조항이 있어 꼬투리를 잡을 여지도 있다. 한 항공기에서 승객 5명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 일주일간 운항을 중단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명 이상이면 한 달간 운항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항공 규제가 시시각각 바뀌며 국내 항공사들이 이를 주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더 많은 항공편을 보내길 원하고 있어 더 강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양국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두 국가가 또 하늘길 전쟁을 벌일 경우 국내 항공사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앞서 중국이 항공사당 1개 노선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미국과 전쟁을 치르며 자취를 감췄다.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규제가 하루빨리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국적사들의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15% 안팎이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해 규제를 시시각각 바꾸는 것도 항공사들엔 부담이다. 이에 따라 띄우기로 했던 항공기를 지연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결항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스케줄 변경에 따라 발생하는 승객 보상 비용은 모두 항공사 몫"이라며 "항공기가 지연되면 조종사, 승무원의 인건비 지출도 커지기 때문에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