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비록 오늘 꽃다발과 학사모는 없지만 역사상 가장 특별한 졸업식이 될 것입니다. …. 하나의 세계를 깨고 나와 또 다른 세계로의 비행을 준비하고 계신 여러분 모두의 도약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7일 오후(미국시간)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이 유튜브가 개최한 온라인 가상 졸업식 'Dear Class of 2020'에 출연해 이 같은 축사를 세계 졸업생들에 전했다.
유튜브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졸업식 개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 세계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그들의 가족을 축하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아티스트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과 특별 연설자로 초청받았다.
정장 차림으로 축사를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저마다 다른 졸업식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며 전 세계 졸업생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해당 영상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촬영됐다. RM은 영어로 다른 멤버들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고 자막이 달렸다.
RM은 "2020년은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래도 여러분들은 해냈다"며 "음악 속에서, 서로의 마음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깨는 시간 속에서, 우린 혼자이지만 늘 함께일 것이다. 지금은 작은 카메라, 모니터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러분이 꽃피울 미래는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유튜브 가상 졸업식.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졸업식 일화를 되새기며 축사를 건넸다.
이어 정국은 "내 졸업식은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에 기록돼 있다. 고등학교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멤버들이 있었다"면서 "지금의 나는, 나를 믿고 멤버들을 믿고 세상을 믿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여러분들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끊임없이 달려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진은 "조금 다른 졸업식을 기억하고 있다. (가수로) 데뷔도 하지 않았고 대학 입학을 앞둔 평범한 졸업생이었다. 성인이 되는 것이 두려웠고, 낯선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겁나 말과 행동,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고 회상하며 졸업생들을 향해 "낯선 환경과 마주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잠시 멈춰보시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일지도 모른다. 여유를 갖고 느려도 한걸음 성실히 내딛는다면 예전에 몰랐던 소중한 것들이 보일 것"이라고 응원했다.
슈가는 "멋진 매듭도 새로운 시작도 못하고 많이 답답해하고 있을 여러분들 모두 겁내거나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은 연결돼 있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자신의 틀을 깨보는 거다. 큰 꿈을 꾸고 한계 없는 가능성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을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때 꼭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지민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상기시키며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도시에 '나'를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다른 환경과 다른 상황에 처해있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우리 다 같이 '괜찮다'고 서로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이홉은 안무와 음악 제작 때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나가기 어려워질 때, '딱 한 번만 더'라는 생각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대로 가면 실패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이 들곤 할 것이다. 그럴 땐 내 인생을 이끄는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뷔는 "모두 쉽지 않은 현실과 싸우고 있지만 사진 한 장, 글 한 줄 남기며 이 순간을 기억해보면 좋겠다"며 "지금 졸업을 앞두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보이지 않아 힘든 분들이 있다면 여러분의 진심에 기대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축사에 이어 가상의 졸업식 애프터 파티에도 참여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 '봄날', '소우주 (Mikrokosmos)' 등의 무대를 연달아 가졌다.
이날 온라인 행사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가수 레이디 가가, 비욘세, 앨리샤 키스, 시민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이 출연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