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협력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ICT 기업들은 통신·인터넷·게임 등 기존의 사업 영역에서 인공지능(AI)과 금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경쟁사와도 적극 협력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래 기술이 필수적인 4차산업혁명시대에 한 기업이 모든 기술과 플랫폼을 갖출 수 없는 상황에서 업종을 뛰어넘은 기업들의 협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ICT 기업들은 금융 서비스에서 맞붙었다. 각자 금융기관과 손잡고 예금 통장 및 증권 서비스 등 테크핀 서비스를 선보였다. 테크핀은 기술과 금융의 합성어로 IT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금융사가 주도하는 IT 기반 금융 서비스인 핀테크와 맞서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KDB 산업은행과 손잡고 자유입출금 통장 'T이득통장'을 선보였으며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수시입출금 CMA 통장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모바일 가입자를 대상으로 T이득통장을 선보이며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의 이자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이 자사의 모바일 가입자를 기반으로 T이득통장을 선보였다면 네이버는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와 네이버통장을 연동했다.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금액 100만원까지 연 3%의 이자를 제공한다.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하면 3%의 포인트도 적립해준다. 카카오증권은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펀드 투자 상품을 판매 중이다. 모두 기존 자사의 고객과 플랫폼을 기반 삼아 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ICT 기업들은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AI 분야에서는 경쟁사들과 뭉치고 있다. SK텔레콤·삼성전자·카카오는 AI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3사의 AI 연합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IT가전박람회(CES) 2020에서 초협력을 제안하며 성사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갖춘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은 서로 협력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도 힘을 모으자는 제안이었다. 3사가 각각 누구·빅스비·카카오i 등 AI 플랫폼을 갖췄지만 협력해 각자의 권리는 가지되, 공동의 성과물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에 KT도 AI 원팀을 꾸렸다. AI 원팀에는 KT와 Δ현대중공업그룹 Δ카이스트 Δ한양대학교 Δ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5개 기업 및 기관이 모였다. 여기에 LG유플러스와 LG전자가 합류했다. AI 원팀은 KT·LG유플러스의 5G 통신 기반의 AI 기술력과 LG전자의 가전 역량이 더해져 경쟁자들과 차별화에 나설 전망이다. 네이버는 독자 AI 플랫폼 클로바를 갖추고 경쟁에 나섰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주식을 맞교환하며 △통신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미래 ICT 등 4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과 5G와 카카오의 플랫폼을 통해 긍정적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발표 후 양사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양사는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주로 △지도(T맵·카카오맵) △택시(T맵택시·카카오택시) △주차(T맵주차·카카오주차) 등에서 맞붙었다. 각자가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고객 확보전을 펼치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