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팀 백아란기자
‘394.84%’.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온라인 부동산중개업체의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주가 상승률이다. 전일 9.51달러였던 주가가 하루만에 47.06달러로 폭등한 것이다. 해당 종목은 장중 1250%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특별한 호재가 없었던 터라 시장에서는 기업의 이름을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해당 예탁증권명이 ‘팡둬둬(FANGDD) 네트워크’로,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첫 글자를 딴 ‘FANG’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스개소리로 들리지 않는 까닭은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 가운데 하나인 나스닥 지수가 사상 첫 1만 선을 돌파하면서 일부 상장기업이 별 이슈 없이 폭등하는 이상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파산을 신청한 렌터카업체 허츠의 주가는 지난 8일 115% 오르기도 했으며 백화점 체인 JC페니 주가도 167% 뛰었다.
비대면(언택트·untact)문화 확산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상장 기업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도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상승 랠리가 이어지면서 단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와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1990년대 후반 벤처기업의 줄도산으로 이어진 ‘닷컴버블’을 연상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스닥과 경기 간 괴리가 과도하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0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5%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파월 연준 의장 또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경제 회복 속도가 매우 불확실하다”며 “경제회복은 코로나19 억제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투자자 역시 미국 등 해외시장에 대한 투자가 많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1분기 국내투자자들이 투자한 외화증권(주식·채권) 결제 규모는 665억8000만달러(약 82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5.7%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증시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국내를 넘어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 증시 투자 수요가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한 것이다.
물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좋은 종목을 매수하고 증시 활성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실물지표 부진 속 주가 상승에 따른 디커플링(great 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 안된다. ‘묻지마 투자’는 제2의 IT버블로 이어질 뿐이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