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경남 창녕군에서 발생한 9세 아동 학대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계부가 경찰에 구속됐다.
신성훈 창원지법 밀양지원 판사는 15일 학대 아동 A양의 계부 B씨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전 10시15분쯤 회색 모자와 흰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출석한 B씨는 "딸에게 미안하지 않는가"라고 묻는 취재진에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A양을 욕조 물에 담갔다는 학대 의혹에 대해서는 "욕조에 담근 것은 그런 적은 없다"며 부인했다.
또 "아이를 괴롭힌 이유가 뭔가"란 질문에는 "한 번도 남의 딸로 생각한 적이 없고, 제 딸이라 생각하고 아직 많이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B씨는 "아이한테 밥을 왜 안 줬나"란 물음에는 "이 모든 것이 제가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잘못이다. 죄송하다"라고 말한 후 법정으로 들어갔다.
B씨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초등학생 의붓딸 A양의 몸을 쇠사슬로 묶거나 하루에 한 끼만 먹이는 등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창녕경찰서는 지난 14일 B씨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13일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8시30분쯤까지 조사했다. B씨는 지난 4일 첫 조사 당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과는 달리 2차 조사에서는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선처를 바란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지난 5일 압수수색을 통해 학대 도구로 사용된 쇠사슬, 자물쇠, 쇠막대기, 글루건, A양이 작성한 일기장을 증거물로 확보했다.
A양에 대한 학대에 가담한 친모 C씨는 지난 12일 응급입원했던 의료기관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행정입원으로 다시 입원하면서 경찰에서 조사받지 않았다.
앞서 A양은 지난달 29일 집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11일 퇴원한 A양은 아동보호시설로 옮겨졌으며,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아동 학대에 대한 112 신고 대응 수준을 상향 조처했으며, 아동보호 전문 기관과 동행 출동하는 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정례 간담회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 현장 출동 112신고 대응 수준을 현재 코드3 이상에서 코드1 이상으로 긴급 중요 사건 수준으로 분류해 출동 대응을 하는 것으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112신고 대응 단계는 코드0부터 4까지 5단계로 나뉘며, 코드1은 긴급 상황으로 최단 시간 내 출동으로 대응하는 단계다.
그러면서 "가급적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 기관의 전문가들이 동행 출동해 현장에서 바로 아동의 학대, 피해 여부를 면밀하게 살피는 체제를 가동하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또 가정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 집에 아동이 있으면 아동 학대 피해도 같이 조사하는 종합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 아동 학대 사건의 계부가 15일 오전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영장심사를 창원지법 밀양지원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