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배기가스 세정장치 스크러버 설치를 취소하거나 늦추는 해외 선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저유가, 코로나19 등 대외 불확실성에 설비 투자를 줄이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 선사는 적극적으로 스크러버 설치에 나서며 환경규제를 대응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MM(옛 현대상선)은 보유 중인 컨테이너선 70여척의 70%에 스크러버를 설치했다. 지난 4월부터 순차적으로 인수하고 있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도 포함돼 있다.
스크러버가 설치된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HMM 오슬로'. 사진/HMM
내년에 인수하는 1만6000TEU급 8척에도 스크러버가 설치된다. 스크러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선박에 설치하는 황산화물 저감장치다. 스크러버를 설치하지 않은 선박은 황함량 0.5% 수준의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HMM은 앞서 초대형원유운반선 5척과 벌크선 1척 등 6척에도 스크러버를 설치했다.
스크러버를 설치한 국내 선사는 이뿐만 아니다. KSS해운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초대형 가스선(VLGC) 4척에 스크러버를 장착할 계획이다. 4호선 중 첫번째 선박은 올 1월 인도됐다.
남성해운이 최근 대선조선으로부터 인수한 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에도 스크러버가 달려 있다. 국내 업계는 스크러버를 선제적으로 설치하며 환경규제를 대응하는 모습이다.
반면 해외 선사들은 잇따라 스크러버 설치를 지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해운외신 시핑워치에 따르면 노르웨이 선사 왈레니우스윌헬름센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9척의 스크러버 설치를 취소했다. 추가로 선박 8척의 설치 시기를 올해 말과 내년으로 연기했다. 코로나19로 완성차 생산량이 감소하자 현금유출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또 유조선사 인터내셔널 시웨이즈, 벌크선사 세이프벌커스는 각 3척, 5척을 지연시켰다. 미국 스콜피오탱커스는 무려 19척에 대한 설치 계획을 2021년까지 미뤘다.
저유가, 코로나19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가 설비 투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기조로 저유황유 가격은 연초 톤당 700달러에서 최근 300달러대로 하락했다. 고유황유(IFO380)는 2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가 줄어들수록 투자비 회수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하지만 오히려 스크러버 추가 설치 계획을 밝히는 선사도 있다. 인도 선사 GESCO의 CFO인 G. Shivakumar는 최근 "연료 가격차가 벌어질 수록 스크러버는 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져 비용도 떨어질 것"이라며 "연료 가격 변화에도 다수의 선박에 스크러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아직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선사들이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료 가격차가 줄어들면 회수기간이 길어지는 것뿐, 스크러버 설치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는 계속 강화되는 추세이고 선사는 그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당장 유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설치 계획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