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EU(유럽연합)가 오는 9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내놓는다. EU는 경쟁법이 가장 발달해 심사 핵심 국가로 꼽힌다. EU의 심사 결과가 다른 경쟁당국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를 오는 9월3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권오갑(오른쪽) 현대중공업지주 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3월 말, EU집행위는 코로나19 여파로 심사 관련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있자 심사를 유예했다. EU는 약 2개월 가량 심사를 유예했다가 이달 3일 재개하고 심사기한을 9월3일로 제시했다. 이로써 EU의 기업결합심사가 막바지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는 EU가 심사결과를 발표하면 뒤이어 중국, 일본 등도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U의 데드라인은 9월 말로, 일본과 중국은 연내 완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EU는 경쟁법이 가장 발달해 기업결합심사의 핵심 국가로 분류된다. 국내 조선사의 주요 고객사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EU의 기업결합 심사는 통상 1단계 일반심사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가 크다고 판단될때 2단계 심층심사에 들어간다. EU는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1단계 예비 심사를 마치고 심층심사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EU는 최근 현대중공업에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한 스테이트먼트 오브 오브젝션즈(SO)를 통보했다. SO는 한국 공정위의 중간심사보고서에 해당하며 기업결합심사의 통상적인 절차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컨테이너선·탱커는 통과, 관건은 LNG선
우선 중간심사보고서에는 컨테이너선, 탱커, 해양플랜트에 대한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시장에 대해서는 더이상 추가 심사가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LNG(액화천연가스)선, LPG(액화석유가스)선 등 가스선에 대해서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가스선 심사가 관건이다. 고부가가치 LNG선 시장은 국내 조선업계가 압도적 우위에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경쟁하고 있지만 수주량은 한국을 따라오지 못한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의 LNG선 발주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할 정도다. 지난 2018년 발주된 LNG선 76척 중 67척을 수주해 88%를 차지했다. 작년에도 61척 중 49척을 따내며 80%를 가져왔다. 이러한 가운데 양사 합병시 LNG선 시장 점유율은 50~60%를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다 보니 EU는 현대중공업에 LNG선에 대한 추가적인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국내 조선 3사와 카타르가 23조원 규모의 LNG선 슬롯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직 정식 건조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EU가 이를 문제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EU의 심사결과는 다른 공정당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EU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어떤 심사 결과를 내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EU의 심사기한이 9월3일에서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U가 코로나 사태로 심사를 유예했었는데 코로나 이슈는 아직 남아 있다. 또 다시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또 EU가 추가적으로 심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심사기한은 연장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EU,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각국 경쟁당국은 매출액과 자산, 점유율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 간의 기업결합에 신고의무를 부여한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