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4’ 뭉치나…전기차 배터리 동맹 속도

정의선, 이재용 이어 구광모 회동…국내 완성차-배터리 시너지 기대

입력 : 2020-06-22 오전 6:00:08
[뉴스토마토 김재홍·김지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지 한달만에 구광모 LG회장을 만나기로 하는 등 국내 기업간 전기차 배터리 동맹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정 수석 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만난다면 국내 재계 '빅4'가 힘을 합쳐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 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전기차 관련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이를 계기로 양측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코나 EV’와 ‘아이오닉 EV’에는 LG화학 배터리가 채택됐다. LG화학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2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돼 있다. 현대·기아차와 LG화학은 지난 18일 공동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재계 빅4 간 전기차 배터리 동맹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 신년 합동 인사회에서 4대그룹 총수들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의 만남은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체간 협업 확대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기술 현황을 살피고 미래 전기차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당시 양해각서(MOU) 체결 등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니지는 않았지만 재계 빅2의 회동으로 관심을 모았고, 향후 양 그룹 간 전기차 분야 협력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차 ‘쏘울 EV’와 ‘니로 EV’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E-GNP 1차 배터리 공급사에 선정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적극적인 배터리 행보에 나서는 이유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빠르게 전동화 시대로 변화하면서 전기차 주도권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시티 서비스를 통해 미래 시장 리더십을 가시화해야 한다”면서 “전동화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하기 위해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 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4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향후 전기차 라인업이 확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이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신년회에서 전기차 등 미래 시장 리더십에 대해 강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터리이며, 특히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배터리 성능이 전기차 경쟁력의 관건”이라면서 “SK와 LG는 현대차그룹이라는 큰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나아가 4대그룹 얼라이언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MK 시절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 전략을 위주로 했다면 정 수석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에 나서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공급관계를 가져가는 현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 SK, LG가 배터리 분야 외에도 협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LG나 SK와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예상할 수 있다”면서도 “그 외에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을 통해 오디오 등 전장 분야에서 협업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분야가 강조되면서 자동차 내 공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LG전자, SK텔레콤과 5G를 활용한 자율주행, 차량 인포테인먼트 분야 등에서도 충분히 협력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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