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공판 위증 종용 의혹'과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중요 참고인' 별도 조사 지시를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수용했다.
대검찰청은 21일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관련 위증교사 의혹 진정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은 대검 인권부장으로 하여금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도록 하라고 지휘했다"고 밝혔다.
주말까지 이어진 대검의 공식 입장은 "입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상조사의 전체적인 틀이 유지되는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추 장관은 지난 18일 한명숙 전 총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공판'의 검찰 측 증인인 최모씨(수감 중)가 제출한 진정 건과 관련해, 중요 참고인인 한모씨(수감 중)에 대한 조사를 대검 감찰부에서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경과를 보고받아 한 전 총리 사건 수사과정의 위법 등 비위 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최씨는 지난 4월7일 '고 한만호 한신건영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것은 당시 검찰 수사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의 진정을 법무부에 편지형식으로 제출했다. 법무부는 이 건을 대검 감찰부로 넘겼지만 윤 총장은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를 들어 다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사안의 중대성과 엄정한 조사가 필요한 만큼 감찰부가 직접 감찰하겠다고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은 또 다른 검찰 측 증인 대상으로 지목됐던 한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었다. 한씨는 한 사장과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인물로, 최씨와 김모씨 등 다른 검찰 측 증인과는 달리 법정에서 진술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검찰 수사팀이 한 사장의 진술 번복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트리도록 위증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한씨는 조사의 형평성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의 조사를 거부했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김진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씨의 입장을 지난 18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해 공개했다.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이 한씨를 광주교도소에서 접견한 뒤 그의 옥중편지를 받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 한씨는 편지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대검 감찰부가 감찰·수사하는 경우엔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중요 참고인 조사'에 대한 지시는 이 직후에 나왔다. 추 장관의 지시가 15년만에 발동된 검찰청법 8조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일각의 논란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법무부도 추 장관의 지시 근거를 법무부 감찰규정 4조의2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발생 등 보고'라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