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박사방'을 수사 중인 검찰이 운영자 조주빈 등 핵심 구성원을 범죄단체 관련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는 조주빈 등 8명을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로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이 확인한 조직원은 총 38명이며, 나머지 30명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조주빈과 대화명 '부따' 강훈 등 4명은 조직원 9명과 함께 지난해 9월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기 위해 피해자 물색·유인 역할, 성 착취물 제작·유포 역할, 수익금 인출 역할 등 유기적인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해 '박사방'이란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박사방' 개설 당시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해 총 피해자 총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회복무요원 강모씨와 '태평양' 이모군, 유료회원 임모씨와 장모씨 등 4명은 조직원 21명과 함께 지난해 11월 '박사방'에 가입하고,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 수십명의 성 착취물을 유포하는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중 임씨와 장씨는 이번 수사에서 처음으로 범죄단체가입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았다.
'박사방'은 단순한 음란물을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후원금 제공과 이익 배분이란 상호 간의 경제적 유인을 매개로 조직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후원금을 많이 제공하거나 홍보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 조직원들은 피해자를 지정해 특정한 음란 자세를 주문하고, 주문에 따라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 특히 조주빈이 성 착취물과 선정적인 홍보 문구를 합성한 속칭 '홍보 삐라'를 올리면 조직원들이 이를 유포한 후 캡쳐 사진으로 유포 사실을 조주빈에게 인증받는 방식으로 '박사방' 입장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이뤄졌다.
또 '박사방'은 온라인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직접 만나 오프라인 성 착취 범행까지 반복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인간시장' 그룹방을 만들어 일정 금액 이상을 송금하면 피해자에게 1대 1로 연락해 특정 자세를 요구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조주빈이 조직원들에게 연락해 최소 7회 이상 오프라인 성 착취 범행을 시도하고, 실제로 2회 이상 범행이 저질러진 사실도 확인됐다.
'일반방'이 가입·탈퇴가 자유로웠던 것과 달리 조직원들이 활동한 '시민방'은 가입 시 신분증 사진 인증이나 일정 홍보에 대한 활동량 달성 등이 요구됐으며, 탈퇴 시에는 신상 공개 등 보복 조치가 가해졌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조주빈은 조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강훈이 검거된 후 배신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증 사진, 신체 노출 사진 등의 신상을 공개해 조직원 통제하는 속칭 '박제'란 수단을 활용했다.
조주빈은 그룹방 관리자 강훈이 검거되자 이군을 가입시켜 대체하는 등 일부 역할에 결원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체 조직원을 모집·투입해 범행을 지속하는 분업 체계도 확립했다. 조주빈은 강훈이 검거되자 그룹방 '비대위'를 개설해 조직원들과 함께 수사 대응 방안, 변호사 선임 등을 논의하는 등 대책을 세웠고, 사회복무요원 강씨는 경찰에 단속되자 조주빈에게 미리 약속한 '1'이란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과 언론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속칭 '대피소'를 포함한 총 52개 이상의 '박사방'을 순차적으로 운영했고, 가입 시 '홍보 삐라'를 유포하고 인증받도록 해 '박사방' 입장자들을 공범으로 만들었다. '일반방'은 생성·삭제가 빈번하게 반복됐지만, '시민방'은 지속해서 운영돼 성 착취 조직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성 착취물 제작 등 성 착취에 직접 가담한 경우뿐만 아니라 성 착취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 유인, 성 착취 유포와 홍보, 범죄수익금 인출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 조직원들에 대해 범죄집단가입·활동으로 의율했다. 범죄집단 성립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공동의 목적으로 하는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조직을 구성하는 일정한 체계 또는 구조를 요건으로 한다. 범죄단체와 달리 계속성과 지휘 통솔 체계가 필요하지 않다.
현재 법원은 성 착취물에 대해 일반 디지털 증거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등 저장 매체에서 원본 파일을 복제해 오는 방식의 압수만 인정한다. 이 때문에 피의자 동의를 얻어 원본 파일을 삭제하고 있지만,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유포로 인한 2차 피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에 검찰은 클라우드에서 원본 파일을 복제해 압수한 다음 원본 파일을 삭제하는 '잘라내기' 방식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피의자 동의와 무관하게 클라우드에서 신속히 원본 파일을 삭제할 수 있어 유포로 인한 2차 피해를 차단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로 확인되는 '박사방' 조직 공범들에 대해서는 범죄집단으로 의율해 계속 수사하고, '박사방' 등을 통한 아동 성 착취물 확산을 방치한 메신저 운용사에 대한 수사도 형사사법 공조 등을 통해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경찰과 협업해 텔레그램 '박사방' 등 참여자, 성 착취 범행 자금 제공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면서 '박사방' 조직과 관련한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적·환수하고, 범행자금 세탁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도 신속히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박사방' 조직 구조. 사진/서울중앙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