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n번방'이란 텔레그램 대화방의 개설·운영자인 대화명 '갓갓' 문형욱과 함께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안승진이 23일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 송치를 위해 이날 오후 2시쯤 경북 안동경찰서 청사에서 나온 안승진은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나"란 취재진의 말에 "피해자분들과 피해자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대답했다.
안승진은 "2015년 만 12세 여학생 성폭행한 사실 인정하나"란 질문에는 "네.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고, "범행하면서 따로 돈은 안 번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계속 범행을 저질렀는가"란 질문에는 "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2019년도 '갓갓'에게 연락한 이유가 따로 있나"란 물음에는 "성적 호기심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한 후 호송 차량에 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SNS로 10여명의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노출 영상을 전송받아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2015년 4월 SNS로 알게 된 아동·청소년과 성관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문형욱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 3명을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아동 성 착취물 제작을 시도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아동 성 착취물 1000여개를 유포하고, 아동 성 착취물 9200여개를 소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문형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승진이 'n번방' 성 착취물을 유포하고, 문형욱과 공모해 피해자들을 협박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수집·분석한 증거 등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해 안승진으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15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안승진을 구속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구속된 안승진에 대해 지난 18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 증거관계, 국민의 알 권리 등의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안승진은 대화명 '박사' 조주빈, '부따' 강훈, '이기야' 이원호, 문형욱에 이어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다섯 번째 신상 공개 대상자가 됐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이날 10개 혐의로 송치된 안승진을 상대로 최장 20일 동안 수사를 진행한 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5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제작·배포·소지) 등 12개 혐의로 문형욱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경찰에서 송치된 9개 혐의에 특수상해 등 3개 혐의를 추가했다.
문형욱은 2017년 1월부터 지난달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총 1275차례에 걸쳐 아동·청소년 피해자 21명을 상대로 성 착취 영상물을 스스로 촬영하게 하고, 영상물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n번방'에 성 착취 영상물 3762개를 올려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피해 청소년 부모 3명에게 성 착취 영상물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하고, 2018년 11월 피해자 2명에게 흉기로 자신의 신체에 특정 글귀를 새기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피해자 8명에게 가짜 SNS 로그인 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보내는 수법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4명의 SNS 계정에 무단으로 로그인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n번방' 최초 개설자인 '갓갓'과 함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고, 피해자를 협박·성폭행해 구속된 안승진이 23일 오후 경북 안동경찰서에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