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공모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고발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을 규탄하는 의견을 법무부와 검찰에 전달했다.
민언련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과 서울중앙지검 민원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민원실에 검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규탄 의견서를 각각 제출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대검 민원실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수사자문단 소집은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부적절하다"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출된 의견서에서 민언련은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팀이 아닌 다른 전문가들이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 제기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을 대검찰청이 내린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수사자문단 회부 결정은 그 과정과 내용, 시기가 모두 부적절하고, 법적 근거도 없는 요청을 검찰이 이례적으로 전격 수용한 의도와 배경도 매우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자문단은 검찰 지휘부와 일선 수사팀의 의견이 다를 경우 법률전문가에게 자문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제도"라면서 "사건 피의자가 수사 진행 상황에 불만이 있다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고, 대검 예규상 피의자는 소집 요청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결론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전문가에게 수사 결과를 자문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4월7일 민언련의 1차 고발 이후 검언 유착 당사자로 지목된 A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두 달여 넘은 6월15일 민언련의 2차 고발 직후 검찰이 A검사장의 휴대폰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정도"라고 늑장 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민언련은 "이렇듯 검찰이 A검사장의 검언 유착 의혹 혐의를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대검은 법적 근거조차 없는 수사자문단 소집을 일사천리로 결정했다"며 "만약 수사에 대한 이 기자 측 불만을 고려한 것이라면 검찰의 영향력이 미치는 수사자문단이 아닌 시민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 회부로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현직 기자가 취재원에게 수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허위 진술을 강요하면서 시작됐다"며 "기자가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취재 윤리를 망각하고 고위급 검사와 결탁해 부적절한 거래를 시도한 중대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데 언론 자유를 운운하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어 "부당한 권력 탄압에 맞서는 '언론의 자유'와 파렴치한 범죄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꼼수'는 엄연히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언련은 지난 4월7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 수사와 관련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행위를 제보하란 압력을 행사했다면서 이모 채널A 기자와 A검사장을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이 기자의 변호인은 지난 14일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대검은 19일 이를 수용했다. 이에 민언련은 이날 제출한 의견서와 같은 내용의 성명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지난 4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스튜디오의 불이 꺼져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