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윤석열, '이재용 수사심의' 최대 고비

'반개혁' 외부 비판 이어 '측근만 감싸기' 비판까지
심의위 '불기소 결정'시 '명분·리더십' 중 택일 기로

입력 : 2020-06-2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으로 법무부와는 물론 검찰 내부로도 갈등에 휩싸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삼성물산 합병' 수사로 이번 주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오는 26일 현안위원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에 대해 심의·의결한다. 심의위 의결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있기 때문에 윤 총장이 이를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불기소로 결과가 나올 경우 윤 총장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우선, 불기소 결정 권고를 배척하고 기소할 경우에는 외부로부터의 간단치 않은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검찰수사심의위 제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임자인 문무일 전 총장이 자체 검찰 개혁 방안으로 내세운 대표적 제도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내려 놓고 시민들에게 물어보겠다는 취지지만,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대한 대응 방안의 의미도 있다. 윤 총장이 기소를 강행한다면, '셀프 개혁' 안으로 검찰 스스로 내놓은 개혁안 마저 부정하게 되는 셈이다.
 
윤 총장이 이를 수용한다면, 검찰 개혁 요구에 순응하겠다는 명분은 얻겠지만 내부 반발이 문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지난 1년8개월 가까이 수사해왔다. 여기에 투입된 검사인력만도 상당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으로서는 사활을 건 수사"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2017년 5월19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수사는 참여정부가 청산 중인 '국정농단' 사건과도 맞물려 있다. 대법원은 지난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최서원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최서원의 유죄를 확정한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역시 유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 부회장이 최서원과 그의 딸 정유라씨에게 말 등을 선물하고, 그를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 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얼개다. 물론,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강압이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수사하다가 '괘씸죄'로 좌천됐다. 그가 다시 귀환해 검찰총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바로 '국정농단 사건' 수사다.
 
이런 와중에,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요청을 무마하고 이 기자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수용을 직권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인 대검 부장들 중 일부도 자문단 소집에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외부로 알려진 대검 공식 입장은 '언론의 자유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이 검찰 내부 갈등을 스스로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윤 총장의 측근 검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논란은 검찰 안팎에서 '측근만 감싸기'라는 비판과 함께 윤 총장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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