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왠 “말하듯 노래하고 싶어요, 데미안 라이스처럼”

세 번째 EP ‘사랑했던 날부터 이별했던 날까지’
사랑, 이별 관한 상상의 창작법 “제 노래 청춘들 힘 됐으면”

입력 : 2020-06-25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제대 후 머릿 속엔 음악 만이 부유했다. 대학을 그만두고 부산 앞 바다로 나갔다. 모래사장에 앉아 기타를 튕기면 사람들이 이내 원을 그렸다. 
 
바닷소리에 겹쳐진 아르페지오는 밀물처럼 관객에 가 닿았다. 투명 멜로디에 아른거리는 청춘 낭만의 언어들. 관객들의 해사한 웃음이 이내 썰물처럼 돌아왔다.
 
“학교를 벗어나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 한 것 같았어요. 음악은 큰 재미였고, 놓치기 싫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어요.”
 
오왠에게 2014년의 해운대 기억은 여전히 강렬하다. 소박한 거리 공연으로 관객들과 호흡하던 시절.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오왠은 “당시 자유롭게 공연하던 음악적 달콤함은 지금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정서적으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 활동은 돌아보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싱어송라이터 오왠이 24일 새로운 창작 방식을 도입한 세 번째 EP로 돌아왔다. 앨범 제목은 ‘사랑했던 날부터 이별했던 날까지’. 오롯이 자기 내면을 투영하던 기존 앨범의 정형성을 벗어나기로 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펼친 수록곡 화자들은 일정 부분 상상에 기대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뭔가 색다른 것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 경우를 설정하고 제 상상 속에서 풀어낸 이야기들입니다.” 
 
사랑과 이별, 외로움과 따뜻함의 양극단을 오가는 대비적 이미지들이 총 4개의 곡에 걸쳐 있다. 첫 곡 ‘Love You’는 연인 간 익숙해진 느낌을 ‘식은 사랑’으로 오해하는 특정 상황에 관한 곡. 전반부 포근한 피아노 전주로 시작해 오왠 특유의 후렴 가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대표곡 ‘Fall in Love’ 만큼 달콤하다.
 
‘남아 있는 사랑에게 손을 내밀어줘요. 뜨거운 여름이 겨울이 될 때까지.’ 
 
“편안한 감정을 사랑이 식어버렸다고 오해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그럴 때 오해하지 말고 다시 사랑하세요, 하는 곡입니다. 불타는 사랑은 사실 순간적인 것이죠. 정말 편안해야 결혼까지 갈 수 있지 않나요?”
 
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두번째 곡 ‘붙잡을 수가 없잖아’는 앨범의 타이틀곡. 전주 없이 가사부터 터지는 곡은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다. 사랑했던 날(시작)부터 이별했던 날(끝)까지를 상상으로 가정한 뒤 그 심경을 경험을 섞어 풀었다. 화자는 “이별 뒤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애절하게 노래한다. 대표곡 ‘Today’를 연상시킬 정도로 중독성 있는 훅이 특징이다.
 
3번 트랙 ‘같은 사람’에서는 미디 비중을 늘린 신스록 장르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첫 마디부터 말랑거리는 신스음들이 부유하며 상상의 가사들을 판타지처럼 주무른다. “이 세상 어딘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인연이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쓴 곡. 오왠은 “연애할 때도 주로 다른 점이 많은 이보단 비슷한 사람에 끌리는 것 같다”며 “다른 감정, 생각을 지녔더라도 비슷한 사람이 돼 가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곡을 설명했다.
 
오왠의 곡들은 대체로 귀에 훅훅 꽂히는 멜로디에 스토리를 이끄는 작사적 힘이 돋보인다. 새벽 4시를 시점으로 청춘들의 애환, 공상을 독백조로 풀어낸 곡 ‘오늘(Today)’이 대표적. 이 시대 청춘들이 느끼는 현실의 감정 뭉치들이 고막을 타고 심장에 꽂히는 기분이다. 유튜브 조회수 200만건(CJ 앨범유통 당시 뮤직비디오 업로드 기준)을 넘어선 이 곡 뮤직비디오 밑에는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댓글들이 넘쳐난다. 
 
“서울로 상경한 때 힘든 마음을 부여잡고 썼던 곡입니다. 당시 밤에 한강을 자주 찾곤 했는데, 어느날 멜로디를 흥얼거리다가 썼어요. 그 때 느낀 건 섬에 저 혼자 있는 듯한 공허함, 쓸쓸함, 절박함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애써 숨기려고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것 같아요. 제 노래를 듣고 많은 분들이 힘을 얻어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오왠에 큰 영향을 준 뮤지션은 아일랜드 출신 뮤지션 데미안 라이스다. “기타를 들고 말하듯이 노래하는 게 특히 좋았어요. 애절한 가성이 기타에 묻어 흘러가는 식의 노래. 기타치고 노래하는 이들 중 제 마음 속 1등입니다.”
 
2017년 015B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를 편곡해 부른 오왠은 “정석원 선배님이 이모부처럼 편하게 대해주셔서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다”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산울림, 윤종신 선배님의 곡을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전축으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는 오왠은 “특히 김창완 선생님의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가사가 좋다”고 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여우각시별’, ‘동백꽃 필무렵’, ‘남자친구’ 등의 유명 OST 가창도 맡으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OST 작업은 새로운 가창 시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항상 열린 마인드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오왠 세 번째 EP ‘사랑했던 날부터 이별했던 날까지’.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인터뷰 말미, 유채 꽃밭에 홀로 서 있는 앨범 커버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에서 노을 질 무렵 찍었다”는 사진 속 그가 깊은 우수에 젖어 있다. “해 저무는 꽃밭이 주는 이미지가 그런 것 같습니다. 연인과 함께 있으면 정말 좋은데, 혼자면 반대로 엄청 쓸쓸한 느낌.” 
 
앨범 수록곡들의 대비적 이미지가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겹쳐진다. 생과 사가 갈리던 노란 해바라기 밭,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게 하는 사랑과 이별의 한 끗 차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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