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0% 내외의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감염병 확산에 따른 위험회피 경향 증가, 비대면 온라인 거래 확산 등 물가 하방압력 요인이 강화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주열 총재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저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주요국의 경제활동이 일부 재개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 국내외 경기, 국제유가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0% 내외의 낮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을 0.3%로 전망했다. 환율이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 물가 상방요인도 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경기 둔화 등 물가 하방압력이 더 높다는 진단이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1.1%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은데다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가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하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에 따른 물가 흐름의 구조적 변화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감염병이나 경제위기시 대규모 해고, 매출급감에 따른 극단적 외험회피 성향을 갖는 슈퍼 세이버(super saver)가 늘어나는 것은 소비와 투자를 지연시켜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대면 온라인 거래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거래비용·인건비 절감되면서 이 또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총재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된 것은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리쇼어링, 역내 교역강화, 인적교류 제한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는 현상은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편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춘 물가안정목표제의 한계에 대해서 이 총재는 아직까지 물가안정목표제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현 물가안정 목표제를 유지하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고자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관리, 포워드 가이던스 등과 같은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며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통화체계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