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완패'.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장을 받아 든 윤석열 검찰총장이 장고에 들어갔다. 검찰은 완전히 허를 찔린 표정이다.
심의위원회는 26일 오후 이같은 결과를 대검찰청에게 통보했다. 이날 심의위는 양창수 위원장 외 무작위로 추첨된 현안위원 15명 중 14명이 참석해 개회했다. 양 위원장 대행은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맡았다.
이날 회부된 안 건은 두가지였다. △피의자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계속 여부와 △피의자 이재용, 피의자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피의자 삼성물산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대상이 아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의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됐다. 심의위원들은 먼저 검찰 수사팀의 '수사 계속 및 기소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 뒤에는 삼성 측 변호인단이 수사의 불필성과 불기소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김재봉 위원장 대행을 제외한 나머지 13명 위원이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단에게 각각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의견 청취가 종료된 뒤 심의위원들은 양측에서 제출한 50면짜리 의견서와 발표 내용을 근거로 합의를 모아갔다. 원래 결과 도출 예정시간은 이날 오후 6시였지만 시간을 넘겼다. 검찰 안팎에서는 숙의가 길어져 10시에서야 결론이 나올 것이란 말도 돌았다. 그러나 7시20분쯤 표결에 들어갔고 위원 중 과반수가 '불기소·수사중단'으로 결정했다.
심의위 관계자는 "충분한 숙의를 거쳐 심의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면서 "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결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대검은 지금까지 8회에 걸친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때마다 이에 대한 검찰총장의 입장을 곧바로 정리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은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위원님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반겼다.
윤 총장은 심의위 결정을 받을 것인지를 두고 주말 동안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도 불기소 권고 결정에 대한 예상은 어느정도 나왔지만 '수사 중단' 권고까지 내다보지는 못한 눈치다.
이날 심의위가 불기소에 더해 수사 중단까지 권고한 것은 윤 총장에게 그만큼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심의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지만 윤 총장으로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게 됐다.
윤 총장은 이날 심의위 권고 내용과 수사팀 의견, 대검 참모들의 판단을 종합해 이르면 이번 주말 권고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