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진출 국내 금융사 많아…삼성·LG 물류상사도 ‘먹구름’

홍콩 ELS 등 타격 우려…국제 자본이탈·관세부담 영향권

입력 : 2020-07-01 오후 4:48: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홍콩이 국제 금융허브 지위를 잃게 되면 현지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도 영업차질이 우려된다. 미국이 홍콩에 대한 수출 제한을 할 경우 현지 진출 기업 역시 일정 부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홍콩에는 국내 국민은행, 신한은행, 한국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금융기관이 지점을 두고 있다. 산업 쪽에선 대한항공, 삼성물산, LG상사, 코오롱패션머티리얼, CJ, 효성, 한화, 포스코, 휠라코리아 등이 대체로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홍콩보안법 이슈로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추가 제재를 검토함에 따라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홍콩은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대규모 자본이 이탈하는 문제가 가장 크게 염려되고 있다. 홍콩의 국제 금융허브 역할이 축소되는 연장선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홍콩의 금융시스템이 강건해 현지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아직 국내 정부 및 금융사들도 관련 모니터링 중이지만 구체적인 대응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부분적으로 현지 영업이나 홍콩 증시 연계 금융상품 등에서 부정적 영향을 입을 가능성은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이다.
 
산업 측면에선 홍콩이 한국의 4위 수출대상국이라 미국이 직접적 수출 제재를 가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만 제재 성격에 따라 관세 부과, 수출품목 제한으로 나뉠 수 있는데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 형태는 판매법인이 많아 관세 부분은 리스크 헷징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국제무역연구원은 홍콩의 물류 및 금융허브 기능이 약화되면 홍콩을 중계 무역기지로 활용하던 국내 수출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외국계 자본이 대거 이탈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봤다.
 
특히 연구원은 홍콩으로 수출하는 한국 제품 중 114%(하역료, 보관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 기준)는 제3국으로 재수출되고 이 중 98%가 중국으로 향한다고 짚었다. 홍콩은 그동안 낮은 법인세와 안정된 환율제도 등의 이점으로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돼 왔는데 그 이점이 사라진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재수출 물량의 경우 원산지 기준으로 부과되는 관세 규정이 적용될 경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이 제재를 하더라도 홍콩의 허브기능은 일정 수준 유지되나 외국인투자자의 신뢰가 낮아지면서 기업, 자본, 인력 이탈 현상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센터에 따르면 미국 제재 영향이 제한적이고 홍콩이 장기간 구축해온 환율 안정과 외환거래 자유, 낮은 세율, 자유로운 사업환경, 중국 관문기능 등 우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시장에서 다수다. 그러나 홍콩보안법 시행이 홍콩 중국화로 인식돼 공정한 법제도와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데다 자유무역 및 금융허브 상징성이 손상되면서 싱가포르, 상해 등으로 기능이 점차 분산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실제 홍콩보안법이 예고된 이후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지수(GFCI) 순위는 지난해 말 세계 3위에서 올해 36위로 강등됐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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