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책임과 경쟁·압박…네이버식 '아메바 경영'의 두 얼굴

독립적 조직에 권한·예산 배분해 경쟁 유도…"자율성 장점이지만 경쟁 압박도 상당해"

입력 : 2020-07-02 오후 4:08:40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네이버는 CIC(사내독립기업)를 운영하며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CIC별로 자율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되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각 CIC 입장에서는 성과를 내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도 존재한다. 
 
네이버는 지난 2015년 본부제를 폐지하고 CIC를 도입했다. CIC 대표에게는 리더라는 호칭도 붙는다. CIC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사와 재무 등 경영과 관련된 부분도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전형적인 수직적 대기업 조직체계에서 일 중심으로 변화하자는 취지였다.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CIC들이 수평적으로 존재하며 각자의 서비스에 매진한다. 
 
이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명예회장이 창안한 경영기법인 '아메바 경영' 방식과 유사하다. 회사의 조직을 아메바처럼 잘게 나누고 각 조직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부여해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사진/뉴시스
 
CIC로 시작해 분사까지 이룬 사례는 네이버웹툰과 네이버파이낸셜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웹툰은 2005년 출시 이후 2006년 '도전 만화' 코너를 출시하며 작가들을 모았다. 이후 요일별 연재 시스템과 유료 콘텐츠 등 웹툰 비즈니스를 안착시켰다. 이후 해외에도 진출해 글로벌 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담당하던 '네이버페이 CIC'가 분사해 출범한 독립 법인이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종합자산관리(CMA) 계좌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2일 기준 네이버가 운영 중인 CIC는 △클로바 △아폴로 △글레이스 △그룹& △포레스트 등 5개다. CIC들은 인공지능(AI)·검색·플레이스·소셜네트워크서비스·쇼핑 등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CIC들은 독립적인 권한과 예산으로 각자의 서비스에 집중하지만 경쟁에 대한 압박도 크다는 전언이다. CIC를 경험했던 전 네이버 직원은 "CIC 제도가 외부에서 봤을때 자율을 부여하고 수평적 조직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는 CIC만 키우거나 분사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이어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실적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24시간 유지되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품질을 강조하다보니 각 CIC들은 퇴근 후에도 사실상 업무가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또 다른 네이버 전 직원은 "각 CIC마다 네이버밴드가 개설돼 있는데 대표나 임원이 수시로 밴드로 문의하면 즉각 대답하거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고 CIC가 살아남기 위해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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