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상상인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의 의뢰로 약 9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 총 20명을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김형근)는 유준원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미공개중요정보이용 등) 혐의로, 박모 변호사를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전환사채(CB) 발행사 대표, 시세조종 공범 등 관련자 18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 대표는 양모 상상인저축은행 전무, 9개 상장사 대표와 공모해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이들 상장사가 총 623억원 상당의 CB를 발행한 것과 관련해 실제로는 발행사에 대한 담보대출임인데도 마치 저축은행 또는 제3의 법인이 담보 없이 CB를 인수해 권면액 상당이 발행사에 납입된 것처럼 속인 혐의를 받는다.
유 대표는 지난 2016년 2월 이미 과거에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일명 '선수'로 알려진 M&A 전문 브로커인 A씨를 통해 상장사 M&A 관련 정보를 시장에 알려지기 전인 지난 2016년 2월 미리 취득하고, 이를 이용한 '단타' 주식 매매로 1억1200만원의 시세차익을 취득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증권사 인수 등 상상인그룹 확장 과정에서 지주사인 ㈜상상인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반복적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양 전무, B사의 실질 운영자 민모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와 공모해 지난 2018년 7월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의 CB 발행과 관련해 B사가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WFM의 예금 100억원을 담보로 대출받아 납입한 것인데도 담보 없이 CB를 인수한 것처럼 속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에 사채업체를 통해 음성적으로 조성되던 무자본 M&A 불법 자금을 제도권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실태를 파악해 그 자금원 차단에 중점을 두고 수사했다"며 "CB는 불법 무자본 M&A 도구로 악용될 위험성이 높아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실질상 담보부 대출임에도 정상적 투자금 조달로 가장한 CB 발행 행태는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7개 차명법인과 30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배후에서 ㈜상상인 주식을 최대 14.25% 보유하면서 금융 당국에 대한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차명 법인, 차명 계좌, 장외파생상품 거래로 대량 보유한 상상인저축은행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 방지하기 위해 약 1년4개월간 시세를 조종하고, 그 과정에서 차명으로 지배한 상장사 2개 등 4개사의 자금 81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상장사 자금을 이용한 시세조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위험 장외파생상품인 CFD(Contract For Difference), 주식 스와프(Equity Swap) 거래로 최대 10배 레버리지까지 일으켜 주식매매를 해 상장사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야기하는 등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상상인그룹은 최근 2년 연속 국정감사에서 무자본 M&A 관련성 등이 지적됐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금감원으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에서는 금융 당국과 검찰 간 패스트트랙 절차를 활용했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중 부정 거래 부분은 금융위원회, 시세조종 부분은 금감원, 한국거래소와 협업해 수사를 진행했다.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혐의 유형. 사진/서울중앙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