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벼랑까지 갔던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9일 일단 봉합단계로 접어들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8시41분 법조기자단에 입장을 내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된 상태(형성적 처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장관 처분에 따라 이 같은 상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 수사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내용을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도 통보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 스스로가 수사지휘 발동의 법률적 효력을 존중해 그동안 수사지휘라인에서 빠짐으로서 사실상 수사지휘를 수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도 이날 "수사 지휘권에 상관 없이 절차대로 수사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이를 평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관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검 입장은 추 장관이 전날 제시한 '9일 오전 10시'까지라는 데드라인에 대한 '문언적' 답변은 아니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함께 윤 총장이 스스로 수사지휘라인에서 물러났음을 인정한 것에 대해 의미를 뒀다.
전날 윤 총장이 제시한 '서울고검장 지휘 특별수사본부 설치'안을 두고는 마지막까지 대립했다. 대검은 "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고 전날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유력했던 윤 총장 사퇴 가능성은 사그라든 듯한 분위기다. 휴가를 마치고 이날 출근한 추 장관도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여부를 따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총장이 이번 수사에 대한 지휘만 포기한 것이어서 앞으로 각종 권력 수사를 놓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갈등관계에 진입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당장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이른바 '한명숙 전 총리 공판 위증 사건'을 두고도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다.
'서울고검장 지휘 특별수사본부 구성안'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대검 주장이 맞다면 이미 조율된 절충안을 추 장관이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이고, 법무부 답변이 맞다면, 대검이 거짓 주장을 한 셈이다.
최기철·정해훈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