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화웨이의 실험은 계속 성공할까?

입력 : 2020-07-14 오전 6:00:00
미중 갈등의 중심에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있다. '통신'은 정보보안, 국가안보, 첨단기술이 만나는 첨예한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 화웨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화웨이 장비 구매를 금지하면서 정보들이 '감청'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수출 규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자국 또는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해외 업체가 화웨이에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막았다. 더 나아가 미국은 우방국에도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결정적으로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군과 정보기관 등)가 지원하고 통제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화웨이는 국제 규격을 준수하고 인증까지 받은 제품에 '백도어'는 있을 수 없고, 미국이 통신 주도권을 유지하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불합리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전 세계에서 5G 이동통신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5G 장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라는 것이다(출원 기준으로는 화웨이가 세계 1위이고, 등록 특허는 삼성전자가 1위다). LTE(4G)까지는 미국·유럽 기술회사들이 표준 제정을 주도해 왔지만,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의 핵심 인프라인 5G에 대한 패권을 잡지 못하게 된데 대한 불안감에서 나온 조치로 보고 있다. 미국의 조치에 맞서 화웨이는 5G 특허를 공개하고 무기화하지 않겠지만, 제재하면 미국은 특허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방침으로 대응했다. 결국 미국 상무부도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5G 기술 표준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났다. 
 
아직 갈등이 완전히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미래의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표준을 마련하지 못하면 서로 손해이고, 협력이 최선이라는 것을 이번 사례에서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기술 패권의 중심에 자리잡은 화웨이라는 기업이다. 1987년 통신장비 대리점으로 시작한 한 기업이 33년 만에 임직원 19만4000명, 전 세계 160여개국에 진출한 세계 61대 기업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정부의 지원이라는 확인하기 어려운 것을 제외하면 우선 공격적 R&D투자를 들 수 있다. 전체 임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9만6000명이 R&D 인력이고,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10년 넘게 10%를 넘고 있다(2019년 화웨이 15.3%, 삼성전자 8.8%, 구글 15.3%). R&D 규모는 무려 22조2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R&D 투자 규모와 비슷하다.
 
공격적인 R&D 투자보다 필자가 더 주목하는 것은 종업원지주제이다. 1987년 창업자 런정페이를 포함해 6명이 출자해 설립된 회사는 2003년에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한다. 2019년 기준으로 10만명이 넘는 전현직 임직원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재직자가 주식의 86.5%, 퇴직자가 12.6%, 런정페이 회장이 1.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100%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하고 있다(화웨이는 비상장 회사다). 회사 경영진(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은 주주인 종업원들이 선발한 5년 임기의 각 섹터를 대표하는 115명의 대의원(주주 대표 위원회)에 의해 선발된다. 주주 대표 위원회는 주주배당, 자본증감 및 회사 경영에 필요한 규정 등을 년 2회 보고받고 승인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사회에서는 순번제 회장 3명을 선임하여 돌아가며 회장을 맡고 있다. 이러한 기업 구조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도 특이한 구조라고 한다. 
 
종업원이 회사 대표를 뽑는 대기업 사례는 화웨이가 유일하지는 않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 어소시에이츠(비상장 회사이다)도 직원들이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이 대표 사원(사장)을 뽑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한 직원은 다른 직원들을 설득해 리더가 될 수 있다. 1958년에 설립된 회사가 관료화되지 않고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 위기 없이 성장한 비결로 뽑히고 있다.  
 
격변하는 미중패권의 최전선에서 화웨이가 종업원지주회사로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미중패권을 관전하는 작은 창이 될 것이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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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