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세계 각국에서 5G 투자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인도, 유럽연합 등에서 반(反) 화웨이 정서가 확대되면서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화웨이가 그간 5G 사업에 공들였던 유럽에서도 퇴줄될 위기에 놓였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는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사실상 배제한다. 영국은 이르면 올해 안에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재제하기로 했으며, 프랑스는 화웨이 5G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신사들에게 가급적 화웨이 사용을 회피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의 간판. 사진/뉴시스
로이터에 따르면 기욤 푸파르 사이버방첩국(ANSSI) 국장은 경제일간지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현재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통신사에게 앞으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파드 국장은 “이미 화웨이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3~8년 기간의 사용 허가를 준다”며 “다음 주부터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승인을 받지 않은 사업자는 법적 기한이 지나면 무응답도 요청 거부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의 4대 통신사 중 두 곳인 부이그텔레콤과 SFR는 4G 통신망에 화웨이 설비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 프랑스의 결정이 이들 통신사의 화웨이 설비 사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산된다. 앞서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 역시 5G 통신망 구축에서 화웨이의 유럽 경쟁 통신사인 노키아와 에릭슨을 선택했다.
블룸버그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르면 이달부터 영국의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단계적으로 배제할 예정이라고 영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영국은 미국의 ‘화웨이 금지령’에도 1월 말 5G 네트워크 장비 사업자로 화웨이를 지정했는데,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화웨이를 국가 안보에 위협을 주는 기업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마음을 돌렸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하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화웨이는 장기적으로 영국 5G 이동통신망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삼성전자와 일본 NEC 등 대체 공급자들의 접근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영국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의 제재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영국의 교역 1위 상대국인데,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 이후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압박을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또 영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반대, 홍콩 주민의 영국 이주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웨이는 그간 미국의 제재를 피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진출에 공을 들여왔는데, 유럽연합(EU)에서도 반 화웨이 기류가 높아지면서 위기에 처했다.
화웨이는 지난달 영국에 10억 파운드(약 1조4975억원)를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올해 초에는 프랑스에 5G 장비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