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경기 침체로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여전채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다.
여신전문금융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여러 개의 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여전채 3년물(무보증 AA+) 민평금리(채권평가회사가 시가평가한 금리의 평균)는 1.466%으로 집계됐다. 앞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0.5%)로 낮춘 뒤 일주일 만에 여전채 금리가 1.5%대로 상승한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단기 채권인 1년물(무보증 AA+) 민평금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지난 5월27일 기준 1년물 여전채는 1.221%를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서부터는 1.0%대로 약 20bp(1bp=0.01%) 하락했다.
지난 3월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 당시와 비교해 보면 하락 차는 더 크다. 빅컷 이후 4월1일 기준 여전채 3년물(무보증 AA+)과 1년물 민평금리는 각각 1.747%, 1.723% 수준으로 급상승한 바 있다.
특히 여전채 금리 하락 기조에 카드사들의 채권 발행 금리는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이달 3일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신한카드의 3년 만기 채권 금리는 1.39%로 집계돼, 같은 날 민평금리(1.446%) 대비 5bp 낮았다. 삼성카드도 이달 3일 발행한 1200억 규모의 3년 만기 채권 발행 금리를 1.41%로 책정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데도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는 이유는 투자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실물경기 침체로 카드사 실적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카드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하반기 연체율이 급상승해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여전채 금리가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 카드사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우려가 줄어들면서 여전채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등 유동 자금 비중이 큰 시점에 단기 채권 수요가 높아 민평금리 대비 언더 발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난지원금 정산이 이뤄지고, 카드사 실적이 전망치 대비 견조한 것도 조달금리가 낮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