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건은 ‘검사가 기자와 공모하여 재소자에게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별건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협박하여 특정 인사의 비위에 관한 진술을 강요’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므로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음. 특히 이번 사건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하여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임.”
“이 사건은 특정 세력이 과거 특정 수사에 대해 보복하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소위 ‘제보자X’를 내세워 ‘가짜 로비 명단 제보’를 미끼로 기자를 현혹하여 어떻게든 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집요하게 유도하였으나 실패하였고, ‘유 모씨에게 돈 안줬어도 줬다고 하라’는 등 존재하지 않는 녹취록요지를 허위로 조작하여 유포한 ‘공작’이 본질입니다...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늘 수사심의회 개최를 신청합니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양 측에서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얘기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검찰과 피의자 간에는 사건을 다르게 접근하는 경우가 흔히 있지만, 이번 사안은 그 주체가 남다르다. 앞선 입장은 지난 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사상 2번째로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를 하면서 내건 내용이고, 다음 입장은 수사대상인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 13일 수사심의회 개최를 신청하면서 내건 내용이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배제를 지휘하는 것도 이례적이고, 얼마 전까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며 국정농단수사를 지휘했던 현직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수사에 대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더욱 더 이례적이다.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 19에 더해 무더운 여름 중간에 들이닥친 장마시즌이라 잔뜩 짜증이 나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사건이기에 법무부와 대검이 연일 기자들에게 서로 다른 내용으로 문자 풀을 보내고, 장관은 지휘권을 발동하자마자 갑자기 무슨 이유로 연차를 내고 절에 간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의 범죄혐의는 의외로 단순하다. 강요미수죄다. 이 전 기자가 이철 대표에게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여권 인사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협박을 했거나, 협박 그 자체가 미수에 그친 사실과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했는지를 수사팀이 증명하면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결정을 하여 측근을 감싸는 인상을 준 점, 기자의 취재방식이 상당히 과했다는 점은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사건은 간단한데 현재까지 진행상황은 몹시 혼란스럽다. 강요죄 피해자로 알려진 이철은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모 기자는 수감 중인 이철을 어떤 방식으로 협박했는지, 이철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제보자 지모씨와 관계는 무엇인지, 이철과 지모씨를 연결해준 변호사는 과연 어떤 연유로 그런 매개역할을 했는지 등등 여러모로 궁금증을 야기하는 장면이 많다.
수사팀과 추 장관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우선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유리한 부분을 뺀 녹취록요지를 대검에 제출하여 수사공정성에 의혹을 초래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추 장관은 법무부관계자들도 인정한 바 있는 총장이 수사에서 배제되는 법무부와 대검의 협상사실을 거짓이라고 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법무부 내부 검토 안이 여권인사들에게 유출된 것은 공무상비밀누설로 고발되기까지 했다.
범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하는 측은 ‘검언유착’이라고 하고, 반발하는 측은 ‘권언유착’이라고 한다. 수사팀은 이동재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요죄도 아닌 오직 강요 미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장관과 총장 간 갈등을 초래한 이번 사건의 중심은 기자가 아니라 한 검사장이라는 것은 수사팀도 알고 국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 검사장의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일벌백계 엄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무리한 수사라는 것이 드러나면 수사지휘권을 유해하게 행사한 추 장관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