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정해훈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뒤늦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자체 수사권을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피의자 신병 확보 등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인 수사 절차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와 그에 이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소집을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심의위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번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6월12일 이 전 기자에 대한 2차 조사 이후 대검찰청에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대검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명시적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윤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수사지휘권이 이미 추 장관의 수사지휘 발동과 동시에 박탈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 때부터 수사팀의 수사는 독립적으로 진행돼 왔다고도 했다. 다시 말해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영장청구 승인을 기다리던 수사팀 입장으로서는 머쓱한 상태가 됐다.
수사팀 방침대로라면 윤 총장의 입장 표명과 함께 독립수사권을 확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즉각 영장을 청구했어야 한다. 하지만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이 전 VIK 대표와 이 전 채널A 기자가 소집을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문제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 부의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29일 이 전 대표가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받아들여 수사심의위에 정식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대검은 다음 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행정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심의 결과를 경청해 업무 처리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가 신청한 수사심의위는 절차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런데 지난 8일 이 전 기자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앞서 요청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당일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수사지휘한대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포기하되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지휘책임자로, 현재 수사팀이 포함된 독립된 수사본부를 구성하게 해달라고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 추 장관은 이를 거절했다.
이 전 대표와 이 전 기자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은 하나의 같은 사건이다. 그러나 '강요미수'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에서 각각 요청한 것이라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또 이 전 대표의 요청은 수사심의위 개최가 확정됐지만, 이 전 기자가 요청한 수사심의위 개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과 이 전 기자 측에 오는 13일까지 부의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지난 10일쯤 통보했다. 이 전 기자는 어느 경우에든 구속영장 청구가 확실시 되는 만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으로서는 사건의 사회적 중대성, 이미 일부 확인된 증거인멸 정황과 추후 가능성 등을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검찰시민위가 이 전 기자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허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검찰수사심의위 운영지침 7조 1항 단서는 '사건관계인의 신청이 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닌 경우에 해당하거나, 동일한 사유로 반복하여 신청한 경우에는 부의심의위원회 구성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하고 절차를 종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사건관계인은 △고소인 △기관고발인 △피해자 △피의자 및 그들의 대리인과 변호인이다.
이번 사건이 처음 언론을 통해 공개된 뒤 이미 100일을 훌쩍 넘긴 상황이라 이 전 대표 측이 요청한 수사심의위 심의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수사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결정을 할 경우 이 전 기자 측은 심의결과에 불복하는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서중(가운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채널A 기자-검사장 유착 의혹'에 관한 검찰의 고발인 조사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4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기 전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정해훈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