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소비자 혜택이 많은 '알짜카드'로 꼽혀온 '현대카드ZERO'가 결국 단종된다. 카드 수수료 개편 등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어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적자 카드'를 단종시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를 비롯한 여러 카드사가 잇따라 기존에 운영하던 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사진은 신용카드를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1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현대카드ZERO(할인형·포인트형), 현대카드ZERO MOBILE(할인형·포인트형) 등 4종의 카드가 이달 31일 발급이 종료된다. 종료 시점 이전까지 신규 발급이 가능하며, 기존에 발급된 카드는 유효기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사용 연장을 원하는 기존 고객은 중단 전 사용 갱신을 하거나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
현대카드ZERO는 지난 2011년 출시돼 고객으로부터 꾸준한 선택을 받은 인기 카드다. 그러나 현대카드가 리뉴얼 버전인 '현대카드ZERO Edition2'를 선보이면서 기존 카드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특히 지난 5월 현대카드 홈페이지와 고객 이메일에 현대카드ZERO 발급을 종료한다는 내용이 공지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다만 현대카드는 오발송된 내용이라고 대응한 바 있다.
소비자들은 단종 논란이 불거지자 '막차 발급'에 뛰어들었다. 리뉴얼 카드가 기존 카드에 비해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카드ZERO Edition2'은 기존 카드보다 연회비가 2배인데다, 추가할인 적용 범위도 업종 전체에서 특정 업체로 한정됐다.
최근 현대카드뿐만 아니라 여러 카드사에서 운영이 중단되는 카드가 늘고 있다. 국민카드도 이달 20일 KB국민TV허브반려애카드, 하나투어KB국민이퀸즈카드 등 5종의 발급 중단을 고지했다. 삼성카드는 지난 13일 삼성리워즈삼성체크카드, 섬성체크카드&YOUNG 등 4종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안내했다.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감소 등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용 부담을 줄이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2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올해 1분기 7개 전업카드사(비씨카드 제외)의 1분기 순이익은 5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지만, 비용 감축의 영향이 크다.
또한 금융당국은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를 통해 카드사들이 올해부터 신규 카드상품 개발 시 판매 비용보다 수익이 더 큰 구조로 설계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과거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카드에 담을 수 없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데다 가맹점 수수료가 정책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손익분석을 더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