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과 대형 이동통신 3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로 가상이동통신망(MVNO·알뜰폰) 업계가 고전 중이다. 대상 고객층이 일부 겹치는 영향 탓에 알뜰폰 업계의 차별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신규 사업자 진출이 알뜰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734만9261명으로 전달 대비 11만8406명 줄었다. 지난해 6월 말 809만5673명을 기록한 이후 내리막 추세다. 전체 무선 가입자 6943만명 가운데 10.5% 비중만 차지하며 두자릿수 점유율 유지도 위태롭다.
KT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은 OTT 시즌을 무제한으로 즐기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사진/KT엠모바일
알뜰폰 업계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가격 차별화 전략을 짜기가 어려운 상황이 꼽힌다. 정부,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통신비 인하 요구 속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요금할인을 덧붙이며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 수준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정책과 맞물려 저가 요금제 출시가 이어져 사실상 알뜰폰 요금제와 겹친다"며 "가격 경쟁력이 강점인 알뜰폰 입장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달 초 과기정통부가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저가 요금제 출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시장 질서에 개입한다는 비판과 함께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개정안에는 보편요금제의 음성·데이터 제공량을 전년도 평균 이용량의 50~70% 선에서 결정하게 했다. 요금은 제공하는 음성·데이터양을 이통 3사의 전년도 평균 음성·데이터의 단위요금으로 환산한 값의 1~2배로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시민단체는 "LTE·5G 보편요금제가 가계통신비를 낮출 수준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카카오의 알뜰폰 사업을 담당한 스테이지파이브는 비대면 이통 가입 서비스의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계기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사진/과기정통부
가격 경쟁력에 밀리기 시작한 알뜰폰 업계는 유통·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는 분위기다. SK텔링크, KT엠모바일 등은 올 상반기에 무약정 유심 판매처를 확대해 접근성을 높였다. SK텔링크는 홈플러스 매장에 이어 다이소 등으로 유심 판매처를 넓혔다. KT엠모바일도 다이소, 롯데하이마트 온·오프라인 매장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이 회사는 KT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 요금제, 1만원대 요금제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이통 알뜰폰 시장의 판을 키울지도 관심이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출시한 '리브엠'은 금융상품과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가입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업계는 포화한 이통 시장에서 출시 6개월 만에 6만~7만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한다. 카카오의 알뜰폰 사업을 진행 중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이통 비대면 가입 서비스의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노린다. 카카오페이 인증 수단으로 비대면 본인 인증과 가입까지 마치는 서비스다. 위성방송 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에 한정한 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혁신 상품이 결합해야 알뜰폰 시장 전체가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